에너지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인 ‘식스티헤르츠’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있던 시절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 전력 시장 구조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듣기 위한 자리에서다. 이곳은 재생에너지라는 거대 담론을 작은 스타트업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 신선한 시도를 하는 기업의 이름은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주파수인 60㎐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생활 쓰레기를 수거하는 ‘리코’, 음식물 쓰레기로 사료를 만드는 ‘푸디웜’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국회 유니콘팜의 문을 두드렸다. 분리 배출부터 자원 순환까지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겠다는 스타트업들의 결기가 느껴졌다. 새로운 시도로 세상을 좋게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마주하면 규제로 인한 불편함 정도는 반드시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대기업들은 아무래도 몸이 무겁다. 기존의 이해관계가 많다 보니 환경문제와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전면에 내놓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수익이 없는 사회적 공헌 사업이나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거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로서는 탄소 중립이나 유럽의 탄소국경세에 대응하는 것도 아직은 어려운 문제다. 이제 겨우 세계와 발을 맞추나 했지만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현 정부의 정책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 기후위기 문제의 해결 자체를 사업의 본질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식스티헤르츠’는 재생에너지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전력 중개 플랫폼을 제공한다. ‘리코’는 폐기물 수거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배출 정보를 데이터화해 자원 순환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기후 테크를 포함한 임팩트 투자에 대한 벤처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의 스타트업 투자자인 코렐리아캐피털의 한국법인 대표는 한 콘퍼런스에서 유럽 LP(Limited Partner)들이 특정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한 원인의 35%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고 밝혔다.
이제 탄소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물론 지금 당장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가량을 배출하는 거대 철강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드는 제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의 문제는 정치 쟁점화가 돼버린 지 오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만 가정 내의 쓰레기 분리 배출이 얼마나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해결을 중심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가려는 곳들이 우리 곁에 있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탄소배출권 거래를 늘리고 자원 순환에 힘쓰는 스타트업들. 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