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을 두고 지속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가운데 이슬람 국가들에 “이스라엘로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석유 소비물량을 이슬람 산유국이 아닌 엑손모빌, 셰브런 등 서방 기업으로부터 구매하고 있어 이란의 발언이 이스라엘 석유 수급에는 즉각적으로 영향주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슬람 산유국가들이 ‘석유 수출’을 무기삼아 단결할 가능성이 있어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매체는 이란 언론을 인용,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 회의 연설에서 이슬람 국가들에 석유 선적 중단을 포함한 대 이스라엘 보이콧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석유 소비물량 거의 전부를 수입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이란과 같은 페르시아만 주요 산유국으로부터 석유를 구매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셰브런, 엑손 모빌 등 서방 기업이 합작 투자해 석유를 생산하는 카자흐스탄이나 아제르바이잔에서 주로 사 온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상당량을 수입한다.
다만 이란의 이번 주장은 지난 1973년 중동 국가들의 서방 국가에 대한 석유수출 금지 조치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아랍-이스라엘 전쟁 중 석유수출국기구 아랍 회원국들은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며 석유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이로 인해 미국의 주유소에는 석유를 사려는 이들로 긴 줄이 생겼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장 초반에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상승 폭을 줄이긴 했지만 전날보다 크게 오른 가격에 장을 마쳤다. 이날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3% 상승한 배럴당 88.22달러에 장을 마쳤고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93달러까지 올랐다가 1.77% 오른 91.49달러에 마감했다.
리서치 회사 에너지 애스펙트의 리처드 브론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주요 산유국이 이란의 주장에 따라 서방세계와 맞서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아직 다른 OPEC 회원국 중에 이란의 주장에 동참하거나 동참 의사를 표시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도 항구파괴 등 혹시 모를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주요 석유 수입항인 아슈켈론은 안전상의 이유로 석유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