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하는 병역자원 해결책?…‘병특’ 재검토·‘AI’ 면접·‘외국인’ 모병제[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프로선수, 우승으로 병역 면제는 ‘특혜’
AI 면접, 객관성·비용 한계 ‘보완’ 가능
국적포기 병영의무 대상자 연 4000명

대만전 승리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한데 모여 환호하는 야구 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병무청이 예술·체육 등 분야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나선다. 병무 자원이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논란이 많은 보충역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 13일 병무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보충역 제도는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방부에 건의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본부터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 청장은 ‘최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보다 병역특례를 받는지가 더 관심이더라’는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 “병무청장 입장에선 씁쓸하다”고 했다. 또 병역특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비정상적이라는 임 의원의 말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공감하며 재검토를 피력했다.


이날 국방위 국정감사에선 예술체육요원 제도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이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병무청에게 병역특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막을 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제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수단으로 이용”


임병헌 의원은 “야구와 축구의 경우 미필자 중심으로 팀을 짜는 경향도 보인다”며 “아시안게임이 병역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병역특례가 주어지는 일부 콩쿠르 대회의 경우 참가자와 입상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게 과연 국제대회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느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역시 “보충역 제도가 도입된 1973년도와 달리 현재는 빠르게 병무 자원이 감소하고 있다”며 “보충역 제도의 전반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아마추어를 상대로 우승해 무더기로 병역 면제를 받는 게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프로로서 상업 활동을 벌이는 분야인 e스포츠·바둑·카드 게임·체스 등도 종목으로 채택돼 우승 때 특례 혜택을 받는 건 ‘시대 흐름에 맞게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국위 선양 동기 부여 차원에서 도입됐다.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와 31개 국제음악 및 무용 경연대회 2위 이내, 5개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장병들이 ‘AI 면접’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병무청

병무청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병역 의무를 지원하게 위해 인공지능(AI) 면접을 통해 모집병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에 따르면, 병무청은 2021년 11월 용역을 통해 받은 ‘AI 활용 모집병 면접제도 도입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제도 시행을 검토 중에 있다. 해당 연구는 당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오프라인 채용 추세 등을 반영해 그동안 지적됐던 모집병 면접의 공정성 및 전문성 문제를 해결·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진행했다. 그동안 모집병은 입대 전 병무청에서 공고한 특기에 지원하면 단순히 면접을 거쳐 선발돼 군에서 필요한 인력으로서 정성 및 전문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보고서는 소수 면접관이 대규모 모집병을 1대 1 면접 방식으로 선발하는 기존 제도로는 객관성 및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각 군 특성에 맞는 인원 선발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1대 2’ 또는 ‘1대 3’ 면접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제안됐다. 문제는 외부 면접관 고용이 불가피한데, 이에 따른 연간 비용은 최소 4억5000여 만 원, 최대 10억6000여 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예산 문제도 추진하지 못했다. 보고서 역시 이 문제점 해소를 위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AI 면접이 이 같은 기존 면접제도의 객관성 문제나 비용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3년 동안의 개발·검증 과정을 거쳐 AI 면접 제도를 전면 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면접 시행 시 우려되는 대리시험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 본인인증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 의원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모집병 선발 시스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은 필요하다”며 “AI 면접 도입으로 장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철저한 검증과 정밀한 설계를 통해 AI면접 평가의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美, 외국인 군 복무 때 ‘시민권 부여’


외국인 모병제 도입 제안도 나왔다. 병무청은 당장은 검토하지 않지만, 필요한 시점이 되면 법무부 이민정책과 연계해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신체 건강하고 젊은 외국인들이 한국어 (시험을) 통과하면 우리 군에 와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이후 시민권을 주는 걸 병무청에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군 상비전력은 48만명으로 50만명 선이 붕괴하고, 향후 병역자원 부족 문제가 심화할 전망인 만큼 획기적인 병역 자원 수급 대책으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성 의원은 외국인에게 군 복무 시 시민권을 주는 미군의 외국인 특기자 모병프로그램(MAVNI)을 예로 들었다. (국내 병사 월급이 외국에 비해 높은 만큼) 급여적으로도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을 물론 (군 복무로 외국인이) 국가에 대한 충성도도 갖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병무청장은 “아직까지 (관련 제도 도입을) 고민해보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병무청장은 “이 같은 제도를 우리가 받아들였을 때 우리 군 전투력에 긍·부정 영향이 있을 게 분명하다”며 “해당 제도를 우리가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는지 세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법무부와 이민정책까지 같이 연계해 검토해나가겠다”며 도입 추진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이기식 병무청장이 지난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병무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병역 자원 감소 흐름에 국적을 포기한 병영의무 대상자 급증이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병역의무 대상자 중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남성이 2만 명에 달했다. 병역의무 대상자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남성이 연평균 4000명 수준인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병역의무 대상자인 18~40세 남성 가운데 국적 포기자는 총 1만981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입대자 수가 2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병역 자원 100명 중 8명이 국적 포기로 입영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황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체 국적 포기자 가운데 국적 상실자는 1만 4570명으로 전체의 73.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국적 이탈자는 5248명으로 26.5%를 차지했다.


국적 포기에 따른 병적 제적은 국적 상실과 국적 이탈로 나뉜다. 국적 상실은 대한민국 국적자가 유학 등의 이유로 외국에서 장기 거주하며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다. 반면 국적 이탈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황 의원은 “부모의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가 뒷받침돼야 자녀가 유학 등으로 장기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금수저’가 병역의무 면제라는 혜택까지 챙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수저’ 병역의무 면제 혜택까지 챙겨”


국적 포기 후 가장 많이 취득한 국적은 미국이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순이다. 미국 국적 취득자는 8096명으로 전체의 55.6%에 달해 절반을 넘었다. 일본은 2407명(16.5%), 캐나다 1984명(13.6%), 호주 859명(5.9%), 뉴질랜드 481명(3.3%)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국외 이주자가 자원 입영을 신청하는 경우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169명으로 집계됐다. 외국 영주권자 등 국외 이주자 중 자원 입영자는 중국이 665명으로 제일 많았다. 뒤를 이어 미국(579명), 베트남(287명), 일본(185명), 인도네시아(177명) 차례였다.


황 의원은 “병역 기피 수단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금수저라는 불리는 병영의무 대상자가활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이중 국적자의 병역 이행을 높이기 위한 지원방안 등 유인책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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