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 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소득대체율을 45%·50% 인상하는 경우까지 고려해 총 24개의 재정 전망 시나리오를 정부에 보고했다. 만약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는 동시에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면 2065년에 기금 소진이 도래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재정계산위는 전날 복지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보험료율이 9%·12%·15%인 경우 △소득대체율이 45%·50%인 경우를 조합해 총 6개의 연금 재정 전망 시나리오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재정계산위가 도출한 기금 전망 시나리오는 총 24개로 늘어났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지난달 공청회에서 연금 개혁 초안을 발표하면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18%로 △수급 개시 연령을 올해 63세에서 66세·67세·68세로 △기금 투자수익률을 0.5%포인트·1%포인트 올리는 안 등을 종합해 총 18개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 재정계산위는 소득대체율 상승 시나리오를 감안한 재정 추계를 발표하지는 못했다. 소득대체율 인상 관련 전망을 어떻게 포함할지를 두고 논쟁이 불거지면서다. 그러다 재정계산위 내부에서 소득대체율에 따른 장기 재정 전망을 담는 쪽으로 논의를 결론지으면서 이번 최종 보고서에는 ‘연금을 더 받는 안’까지 들어가게 됐다. 소득대체율은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수령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재정계산위 추산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올리는 동시에 소득대체율도 인상하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추진할 경우 재정 추계 기간 연한인 2093년 내 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재정 추계 기간인 2023~2093년 중 적립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보험료율을 15%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릴 경우에는 기금이 2068년 고갈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65년으로 당겨진다.
이 경우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연금 급여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3년 11.8%로 정점을 찍었다가 2093년에는 11%를 나타낸다. 현행 제도(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에서 GDP 대비 급여 지출 비중이 2093년 8.8%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국민연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뜻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에서는 GDP 대비 연금 지출을 볼 때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도 포함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국민연금 지출만 따지기 때문에 다른 연금까지 포함하면 GDP 대비 연금 지출 비율이 더 큰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한 채 소득대체율을 2025년 50%로 일시 인상할 경우에도 기금 소진 시점은 현 제도(2055년) 대비 1년 앞당겨진 2054년에 도래한다. 이 때문에 재정계산위에서는 최종 보고서에 “소득대체율 상향 시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정계산위가 24개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도출하면서 정부가 압축된 모수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 보고서를 참고해 이달 말까지 국회에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24개 시나리오 중 몇 가지 안으로 정부안을 제시할 것이냐’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부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저희는 재정계산위의 안을 참고하는 것이며 거기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