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확대 명분만큼 디테일도 중요…10년후 수요까지 고려한 대책 필요"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협의과정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치적 나눠먹기 전락 막아야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사진 제공=남서울대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좀 더 강화하려면 의사 결정의 전 과정이 투명해야 합니다. 의대 졸업 후 지역·필수의료로 공급될 수 있는 인원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 끼칠 영향까지 종합적인 변수가 고려돼야 합니다. 의사 인력 과잉 공급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비용도 반드시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정부 정책은 명분만큼이나 디테일이 중요하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향이 정해졌으니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확대 규모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의료계 안팎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건, 3000명 늘리건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며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할 수 있는 수식을 만드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국책 기관이 추계한 적정 의사 수와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추계만 비교하더라도 차이가 너무 크다. 기관마다 산출식에서 고려한 변수가 다른 탓이다.


그는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놓고 소위 ‘내외산소’라고 불리는 필수의료 인력의 낙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책임한 처사”라며 “10년 후 미래 의료 수요뿐 아니라 향후 정부가 의료 시장에 어떻게 개입할지에 관한 방향도 함께 제시해야 의료계는 물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 대신 노동·소비 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를 꾸린 후 다섯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논의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1000명이 늘어나더라도 배분 방식은 다양하다. 50명 이하 17개 의대에 50~80명을 배정할 수도 있고 국립 의대에만 배정하거나 공공의대 설립, 의사과학자 양성 인력 배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


관건은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는 여야와 전 국민이 동의하더라도 배분 방식을 두고는 입장 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나눠주기 식으로 전락하지 않고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실현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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