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경제를 덮치면서 긴축 경영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실적 감소가 겹치면서 투자는커녕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고 기존 인력조차 내보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늘어난 유동성 덕을 보며 투자를 유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벤처·스타트업들 중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곳들은 직원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채용·구직 플랫폼 인크루트가 올 8월 실시한 ‘2023년 하반기 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58.0%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1%에서 9.1%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채용 계획이 있는 중견기업 비중도 54.4%로 지난해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대기업은 78.8%가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 지었다고 답해 기업 규모에 따라 온도가 달랐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중견·중소기업 모두 채용 계획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기존 직원조차 내보내는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클래스101은 올해만 두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해 350명이던 직원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고 최근에는 3개월치 사무실 임차료를 연체할 정도로 기업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코딩 교육 업체 코드스테이츠 역시 사업이 위기를 맞으며 올 8월 임직원 절반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공간 공유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한 창업가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회사 운영이 힘들었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누적 적자가 늘고 있다”며 “정직원 5명을 모두 내보내고 아르바이트생 1명만 쓰고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아예 사업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피버팅(pivoting·업종 변경)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