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가 중국에 연내 건축면적 약 10만평 규모의 패션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제2의 도약을 모색한다. 상하이시에 중국 본사와 연구·개발(R&D)센터뿐만 아니라 쇼핑몰, 스마트 물류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산업 단지를 조성해 직접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랜드는 이와 함께 중국 진출 전략을 현지화 전략에서 ‘K패션 이식하기’로 선회하고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중국 상하이에 총 건축면적 35만 9001㎡(10만 8598평) 규모의 ‘이노베이션 밸리’를 연내 완공하고, 올해 말부터 중국 본사와 R&D 센터, 상업 시설 등을 이전한다. 해당 부지는 이랜드가 2010년 상하이시로부터 50년 임대 방식으로 사들였다. 이랜드는 당초 본사와 2기 물류센터로만 활용하려 했으나, 중국 진출 한국 중소기업, 바이오·신소재 분야 중국 하이테크 기업, 팩토리 아울렛,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 등까지 한데 모은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랜드는 한중 기업 간의 인프라와 콘텐츠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협력해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 입주 지원을 받고 있다.
이랜드는 1994년부터 합작 법인 설립이 아닌 직진출 방식으로 꾸준히 중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중국에서만 3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패션 부문으로만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랜드는 종전에는 현지화 일환으로 중국 전용 상품을 별도로 만들어 판매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경영도 중국 법인에 맡기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노베이션 밸리 준공과 함께 ‘한국식 성공 방정식’을 중국에 그대로 도입해 제2의 전성기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에는 최운식 이랜드월드 패션 사업부문 대표에게 한국과 중국 패션 사업을 총괄토록 했다.
이랜드의 전략 선회 배경에는 중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 깔려있다. 이를 위해 국내와 동일한 상품 라인업을 중국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해 K패션 트렌드를 중국 현지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에는 스파오 브랜드의 치바오완커 매장을 한국 인테리어와 상품으로 전면 교체한 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성장했다. 이랜드는 스파오를 국내 최초로 자라와 유니클로와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중심으로 ‘전연령대가 찾는 매장’으로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스파오 타임스퀘어점은 리뉴얼 후 30대 이상의 입점 비중은 20%로 크게 성장하고, 전월 대비 매출도 300% 증가했다.
이와 함께 국내서 업계 최초로 도입한 ‘2일 5일 생산 시스템’도 중국에 이식한다. 2일 5일 시스템이란 2일 만에 의류를 소량으로 생산해 고객 반응을 테스트한 뒤, 베트남 등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5일 안에 물량을 대량 생산하고 매장 진열까지 완료하는 방식이다. 이랜드는 이 시스템을 4050대 고객의 비중이 높은 스파오 야탑점 등 4개 매장에서 적용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소량 생산한 스트레치(늘어나는 소재) 슬랙스가 주부 고객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자, 5일 만에 대량 생산해 타임스퀘어점 등 다른 매장으로 빠르게 확대한 것이다.
2일 5일 생산 시스템은 최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메고 오랜 기간 실험과 검증을 통해 완성했다. 최 대표는 이 생산 방식으로 이랜드의 재고율 제고에 크게 기여했는데, 최 대표와 함께 이 시스템을 성공시킨 임원진 다수도 중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의 이노베이션 밸리에도 스마트 제조, 자동화 물류 등 스피드 제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랜드는 당장 내년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발란스 키즈의 경우 중국에서 올해 목표인 800억 원 매출액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 목표치로는 2000억 원으로 정했다. 스파오 역시 중국에서 올해 500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6배인 3000억 원으로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