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수출 효자' 이유 있었네…"홍삼, 약물중독 의존성 개선" [헬시타임]

■오세관 이화여대 의대 교수, 고려인삼학회서 동물실험 결과 발표
홍삼섭취, 신체적 의존성 50% 개선…심리적 의존성 3배 이상 낮춰

홍삼이 약물중독으로 유발된 신체, 정신적 의존성을 줄여 금단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투데이

홍삼이 약물중독으로 유발된 신체, 정신적 의존성을 줄여 금단 증상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세관 이화여대 의대 분자의과학 교수는 지난 17일 고려인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약물중독이 유발된 실험용 쥐에 홍삼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신체, 정신적 의존성을 크게 감소시키고 해독작용을 하는 간 클루타치온 수치가 개선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오 교수팀은 약물중독의 신체적 의존성을 측정하기 위해 40마리의 쥐에게 ‘모르핀(morphine)’ 10㎎/kg을 투여했다. 이 중 절반에만 모르핀 투여 전 홍삼추출물 250㎎/kg을 섭취하게 했다. 이후 7일 동안 모든 쥐에게 매일 같은 양의 모르핀을 투여해 모르핀 금단증상을 유발한 다음 모르핀에 신체적 의존성을 보이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도약행동(점프)을 30분 동안 관찰했다.



오세관 이화여대 의대 교수가 17일 고려인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 제공=고려인삼학회

실험 결과 모르핀만 투여한 그룹(대조군)은 도약행동이 40회 관찰됐지만 모르핀 투여에 앞서 홍삼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은 도약행동 횟수가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모르핀에 의해 유발된 정신적 의존성을 평가하기 위해 조건장소선호도시험(CPP)도 실시했다. CPP는 실험군이 선호하는 장소에 머무르는 실험이다. 약물에 중독되면 싫어하는 조건의 장소임에도 더욱 오래 머무르는 의존성을 나타낸다. 실험 결과 홍삼섭취군의 CPP 점수는 대조군 대비 3배 가량 낮았다. 홍삼 섭취로 약물에 의한 심리적 의존성이 크게 낮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홍삼섭취군에서 모르핀 중독으로 인한 간 글루타치온 수치가 대조군에 비해 약 90%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간 글루타치온은 간의 해독에 관여한다. 홍삼추출물 섭취가 모르핀 중독으로 인한 간 글루타치온 수치를 회복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홍삼의 주성분인 진세노사이드 Rh2 성분이 모르핀 중독 마우스의 특이행동인 치아떨림을 억제했으며 Rg3 성분이 그루밍, 몸털기 등의 금단증상을 크게 억제시켰다”고 분석했다. 모르핀에 중독되면 대뇌피질에서 마이토콘드리아의 산화적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하는데, 홍삼 섭취가 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약물중독의 금단증후군을 개선하고 의존성을 억제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부작용 없는 천연물 중독 치료제로서 홍삼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학계에 따르면 홍삼은 19세기 청나라에서 아편 중독자가 늘어났을 때 아편 중독 치료제로 쓰였다. 약물남용은 아편, 양귀비, 코카인, 헤로인, 모르핀 펜타닐 등의 향정신성 약물이 비의학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다. 약물을 남용하면 뇌기능의 생화학적, 기능성 장애를 초래하고 사고, 감정조절, 기억력, 수면, 스트레스 대처 및 정신운동 협응에 장애를 보이는데 10년 넘게 지속되기도 한다. 당시 청나라가 조선의 홍삼을 많이 수입한 것도 홍삼의 아편 해독 효능이 뛰어나다는 믿음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약물중독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예방 및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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