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한국은행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사적으로 챙겨간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1661만 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예산을 활용한 출장으로 생긴 공적인 항공 마일리지를 재직 기간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퇴직 후 쓰려고 개인의 쌈짓돈처럼 가져간 것이다.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사실상 임직원들의 ‘퇴직금’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퇴직자에게 귀속된 한은의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1661만 7530점이다. 이는 제주도 1661회, 일본·중국 553회, 북미·유럽을 237회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업무 특성상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이 잦아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많이 쌓이는 곳 중 하나다. 이 기간 누적된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매년 5000만 점을 웃돌았다. 그렇다 보니 임직원이 사유화한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퇴직자에게 귀속된 마일리지는 237만 4803점이었지만 매년 그 수치가 늘어났다. 연도별로 △2019년 251만 9095점 △2020년 279만 1787점 △2021년 310만 3690점 △2022년 348만 3801점 등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7월 퇴직자가 챙겨간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234만 4354점에 달한다. ☞6면에서 계속
공적 사용 25% 그쳐…"사실상 퇴직금으로 전락"
예산 낭비 등 철저·내부 규정 강화
미사용 퇴직땐 사회 기부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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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 기간 국외 출장에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고 이를 퇴직하면서 챙겨간 사례도 확인됐다. A 임원은 2021년 5월 퇴직하며 55만 3497점의 공적 마일리지를 수령했다. 이 임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국외 출장을 34번이나 다녀왔지만 마일리지를 사용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밖에 C 임원(33만 2933점), D 임원(30만 1188점), E 임원(27만 6777점) 등도 재직하는 동안에는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소진하지 않고 이를 퇴직할 때 모두 수령해갔다. F(2급)·G(1급) 직원도 퇴직하면서 각각 27만 점, 26만여 점을 가져갔다. 이들도 재직 기간 출장에는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단 1점도 사용하지 않았다.
적립 순위 상위권 임직원 중에서는 지난해 3월 퇴직한 B 임원만이 재직 기간에 적립한 51만 616점의 공적 항공 마일리지 중 47만여 점을 업무상 용도로 사용했다.
이에 반해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한 실적은 저조했다. 2018년(275만 3040점)과 2019년(255만 810점)에는 그해 적립된 마일리지의 4분의 1가량이 공적 용도로 쓰였지만 2020년 이후로는 △2020년 61만 점 △2021년 23만 점 △2022년 51만 점 등 채 100만 점도 사용되지 못했다. 최근 6년간 퇴직자가 챙겨간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1661만 7530점인 점을 감안하면 사용한 마일리지는 764만 4031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한은이 사실상 업무상 쌓은 항공 마일리지를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적 항공 마일리지가 국가 예산으로 생긴 것인 만큼 제때 사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경찰청은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들의 마일리지로 물품을 구입해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한 바 있다.
한 의원은 “예산을 통해 적립되는 공적 마일리지가 사적으로 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은은 내부 규정을 강화해 사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타 기관 사례를 참고해 사회 기부에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