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내 삼성 협력사 모임인 ‘LJF교류회’를 주최하고 소재·부품·장비 강국인 일본과 협력 의지를 다졌다. LJF는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일본 기업인들과 함께 만든 협력 단체로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ee Kunhee Japan Friends)’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21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LJF 멤버들을 초청해 정례 교류회를 진행했다. LJF교류회가 대면으로 열린 것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모임에는 TDK·무라타제작소·알프스알파인 등 일본 최고 소재·부품 기업 8곳의 경영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에서는 이 회장을 비롯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참석자들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선도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개척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 회장도 “삼성과 일본 업계가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더 큰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천 리 길을 함께 가는 소중한 벗’ 같은 신뢰 관계를 앞으로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열린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지원은 1987년 이 선대회장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으면서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삼성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대부분이 승지원에서 이뤄질 정도로 뜻깊은 장소다. 이 회장 역시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주요 그룹 총수와 함께 이곳에서 차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더불어 이번 교류회를 계기로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이 회장의 역할이 더욱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자 LJF를 포함한 일본 재계 네트워크를 즉각 가동해 분쟁 해소에 앞장섰다. 양국 갈등이 고조됐던 같은 해 10월에는 당시 와병 중이던 이 선대회장 대신 LJF 정례 교류회를 한국에서 주재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에서 유학했을 뿐 아니라 이 선대회장을 따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며 “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인맥이 더욱 빛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