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와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협상을 벌였지만 불발됐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핵심 동맹인 유럽과의 경제적 마찰이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
22일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미국과 EU가 양측 정상회담을 맞아 철강 관세 문제에 대한 협의를 벌였으나 불발로 마무리됐다. 당초 협상이 타결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지속 가능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한 글로벌협약(GSA)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철강 관세 문제는 2018년 불거진 유럽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를 계속 유예하느냐, 철폐하느냐를 둘러싼 논의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EU와 경제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2021년 이 관세를 2년간 유예했다. 유예 조치는 올해 말 종료된다. 이번 협의에서 미국은 유예 연장을, EU는 철폐를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수석부집행위원장은 “주요 걸림돌은 구체적 타임라인과 관세를 어떻게 폐지할지에 대한 미국 측의 명확성 부재 탓”이라며 “불행하게도 미국이 관세를 확실히 철폐하겠다는 강력한 약속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연말까지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으며 비상시 관세 유예의 재연장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슈인 유럽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미국 내 보조금 제외 문제도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배터리 원자재 중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도록 했다. EU는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아 지난해부터 해당 규정에 따른 불이익을 해소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EU 측은 내년 대선 이전에 문제 해결을 바라는 눈치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시 새로운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두 동맹 간 무역 분쟁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됐다”며 “미국과 EU 사이에 점점 더 큰 경제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