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 기간 중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총 21조 원 규모의 새로운 투자·교역 관련 양해각서(MOU) 51건이 체결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 당시 약속했던 290억 달러(39조 2000억 원) 규모의 26개 사업까지 포함할 경우 윤 대통령 취임 후 한국·사우디 간 60조 원에 달하는 경제협력이 성사된 셈이다. 협력 분야도 지난 50년간 이어져온 건설·석유화학 등 분야를 넘어 수소·디지털·조선·전기차·스마트팜 등으로 다각화돼 양국 경제협력이 질적으로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2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첨단 제조 기술과 단기간에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중점 협력국으로서 사우디의 ‘비전2030’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비전2030은 사우디가 2016년 발표한 국가 전략으로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해 제조업을 강화하고 수소·디지털·재생에너지 등의 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만 5000억 달러(676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자본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우디의 투자 의지와 한국의 기술력이 결합해 수십 조 원의 경제협력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가 약속했던 290억 달러(39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 실행도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60% 정도까지 가시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은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 방한 후 9조 3000억 원 규모의 ‘샤힌프로젝트’가 착공됐고 현대로템은 60억 달러(8조 1200억 원) 규모의 네옴시티 수소철도 입찰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45억 달러(6조 1000억 원) 규모의 공장 투자 관련 공동 사업 협약서를 체결하고 한국전력은 7억 달러(9500억 원) 규모의 열병합 사업 입찰 참여를 위한 MOU를 체결한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불안정한 중동 정세 속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방문해 세일즈 외교에 주력하는 데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가중된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을 경제 외교 성과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번 사우디 국빈방문은 1970년대 중동 건설 특수로 오일쇼크 위기를 극복했듯 연이은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중동 특수로 경제 도약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