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선, 집권좌파 마사 후보 '깜짝 선두'… 중남미 '핑크타이드' 계속되나

'아르헨 트럼프' 밀레이, 2위로 결선행
결선투표 앞두고 네거티브전략 관측… 혼란 예고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좌파 집권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선 투표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36.4% 득표율로 깜짝 선두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 대선 후보가 22일(현지 시간) 열린 대선 투표에서 예상외로 선두에 오르며 극우파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와 다음 달 결선투표를 벌이게 됐다. 아르헨티나의 이번 대선은 연 130~140%의 초인플레이션, 빈곤율 40%에 이르는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당한 관심을 끌어 왔다. ‘아르헨티나판 트럼프’로 통하는 밀레이가 지난 8월 열린 예비선거에서 1위에 오른 이래 여론조사마다 우세를 보이며 돌풍을 일으키자 집권여당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선투표 결과 중남미의 핑크타이드(중도좌파 물결)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아르헨티나 내무부 중앙선거관리국(DINE)에 따르면 개표율 93% 현재 마사 후보와 밀레이 후보가 각각 36.4%, 30.1%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도우파 성향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는 23.6%로 3위를 달렸다.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1위가 40% 이상 득표한 가운데 2위와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내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는 법 규정에 따라 마사·밀레이 후보는 다음 달 19일 결선투표를 한다.


이러한 결과는 밀레이 후보가 8월 예비선거 이후 여론조사마다 타 후보를 앞서면서 실제 투표에서도 1위에 오르거나 심지어 결선투표도 없앨 수 있다고 안팎에서 예측한 것과 다르다. 극심한 경제위기가 현 정부 경제장관을 맡고 있는 마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70년간 아르헨티나를 지배한 좌파 페론주의의 지속적 힘을 보여준다”며 “극우파 밀레이 후보가 등장한 반작용인,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선 후보. 평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 온 극우파로 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1위로 점쳐진 밀레이는 페소화 대신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공공지출 15% 삭감, 무기 소지 완화, 장기매매 허용 등 파격적 공약으로 눈길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온 그는 선거 유세에 전기톱을 들고 나타나며 기성 정치 혁파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공약이 사회복지, 교육, 보건 정책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중도좌파 성향 마사가 실제 투표에서 힘을 얻었다.


가디언은 “대선 결선투표가 열리기까지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는 다시 심각한 불확실성과 경제적 혼란, 가짜뉴스에 시달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불리치 후보 지지자들이 결선투표에서 같은 우파인 밀레이를 찍을 수 있기에 마사도 승리를 자신하기 어렵다. 결국 두 후보 모두 정책적 선명성을 부각하기보다 상대 후보만은 안 된다는 네거티브전략으로 부동층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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