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버스에 車공장까지…정의선 "사우디, 중동 차산업 메카 만들 것"

[尹 사우디 국빈방문]
◆ 韓기업 하루에만 46건 MOU
현대차, 공영버스업체 등 손잡고
수소 모빌리티 도입 실증사업 진행
내연·전기차 반조립 공장도 건설
한전·포스코·롯데, 아람코와 협력
155억弗 블루암모니아 생산 추진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사우디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및 기관과 수소, 에너지·전력, 플랜트·인프라 등 다방면에 걸쳐 괄목할 만한 투자 성과를 이뤄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첨단·제조·친환경 산업으로 재편 중인 사우디의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맞춤형 공략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3일 “우리나라 최초의 중동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을 포함해 총 46건의 업무협약(MOU) 및 계약 체결 성과를 거뒀다”며 “산업 전반에 걸쳐 양국 간 경제협력의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와 사우디 투자부 공동으로 22일(현지 시간) 개최된 ‘2023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현대차와 사우디 에너지 스타트업 간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MOU였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현대차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한국자동차연구원·에어프로덕츠쿼드라·SAPTCO와 함께 현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과 발전을 위한 MOU를 맺었다. 현대차는 먼저 수소전기버스 등 수소 모빌리티를 SAPTCO에 판매·대여하기로 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 사업 참여를 지원한다. 에어프로덕츠쿼드라는 수소 연료 보급을 위한 공급망을 확보하고 SAPTCO는 수소 모빌리티의 운영과 관련한 차량 데이터와 운전자 피드백을 공유한다. 중장기적으로 SAPTCO의 보유 차량을 수소 모빌리티로 바꿀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현대차를 전략 파트너로 먼저 고려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수소트램 등 수소를 연료로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제조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와 선박·항공기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다. 원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해야 하는 사우디에 현대차는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이번 MOU를 통해 사우디 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 관련 기술과 인적자원 제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수소 모빌리티 환경 조성 △수소전기버스 실증 사업 추진 △관련 정부 지원 연구 프로그램에서의 협력 △공개 가능한 정보 교환 등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리야드의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현대차·PIF 자동차 생산 합작 투자 계약에서 기념 촬영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 사장, 윤 대통령, 야지드 알후미에드 사우디 국부펀드(PIF) 부총재,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투자부 장관. 연합뉴스

현대차는 사우디에 연산 5만 대 규모의 자동차 반조립제품(CKD) 공장도 짓기로 했다.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5억 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사우디 경제 도시인 킹압둘라에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지어진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판매된 229만여 대 중 약 64만 대가 사우디에서 팔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선대 회장이 사우디 건설사업에 참여한 지 50년 만에 현대차가 사우디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며 “사우디가 중동의 자동차산업 메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외에도 윤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 국내 기업들은 에너지와 인프라·플랜트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투자 성과를 이뤄냈다. 산업부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전·포스코홀딩스·롯데케미칼이 사우디 아람코와 함께 총 사업비 155억 달러 규모의 블루암모니아 생산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투자부와 부동산 및 인프라 분야 투자 협력을 맺었다.


DL이앤씨도 사우디 해수담수청(SWCC)과 담수화 플랜트에 소형모듈원전(SMR)을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내용의 상호 협력 MOU를 체결했다. DL이앤씨와 SWCC는 협약에서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함께 모색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SMR을 활용하는 청정수소·암모니아 생산 모델 연구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HD현대의 전력 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도 사우디 송변전 건설 전문 기업 알지하즈와 전력 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 HD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와 ‘블루암모니아 개발·보급 협력 및 탄소포집 기술 활용한 친환경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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