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상전 늦추러 이스라엘 갔다"[이·팔 전쟁]

WP, 긴박했던 바이든 이스라엘 방문 막전막후 보도
"8시간 방문 동안 '이란 개입' '인질 운명' 등 어려운 질문 쏟아내"
NYT도 "미국, 가자침공 연기 이스라엘에 전방위 조언"
이스라엘 국방 고위 관계자들 "지상전 계획 여러차례 연기돼"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이스라엘 방문은 이스라엘이 준비하고 있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늦추도록 설득하는 데 주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한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8일 텔아비브에 도착한 핵심 목적은 이스라엘의 지상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공개된 성명과 익명을 요구한 고위 당국자들, 외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나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에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직접적인 요구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진 가운데 이스라엘이 전면적인 지상전을 준비하는 상황을 둘러싼 우려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커지고 있었고,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머문 7시간 반 동안 우려는 정점에 달했다고 한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각료들과 마주하는 동안 당면한 질문들을 쏟아내면서 이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이스라엘의 예상보다 하마스의 저항이 거세 지상전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어떻게 할지, 인도주의적 구호는 어떻게 될지, 이스라엘과 외국인 인질 수백명은 어떻게 할지 등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도 전쟁터가 된다면, 이란이 직접 개입한다면,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북쪽에서 공격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지 의문도 제기됐다.


더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로 하마스를 섬멸한 이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할지, 더 넓게는 중동 평화는 어떻게 될지 질문이 제기됐다고 WP는 전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뒤 분노에 휩싸여 저질렀던 '실수'를 이스라엘이 하지 않도록 상기시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한 주간 세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이해를 표명하면서도 "우리는 이스라엘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침착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행 발표 직전인 지난 16일 저녁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내각과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승리'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완화할 '인도주의적 조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씨름을 시작했다.


이 논의는 결국 17일 새벽까지 넘어갔다. 이스라엘과 미국 당국자들은 각각 다른 방에 앉아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을 위한 안전지대에 관한 협상안을 주고받았다. 이 문제에만 들인 시간이 7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귀국 이후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 정부에 지상전 돌입까지 시간을 두도록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인질 협상과 팔레스타인 민간인 구호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늦추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하는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지지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일 미국인 인질 2명이 풀려난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에 200여 명 인질들을 위한 협상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제안을 긴급히 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된다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지역 내 무장단체들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 당국은 이에 대비할 시간을 원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같은 조언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두 명의 미국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가 이스라엘에 군사 행동과 관련한 조언을 돕고 있으며 오스틴 장관은 거의 날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인질들의 귀환을 우선순위로 언급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 모두 미국이 이스라엘의 결정에 압박을 가하거나 특정 방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국방 고위 관계자 4명은 NYT에 지상전 계획이 여러 차례 연기됐다고 말했으며, 이들 중 2명은 지상전 연기가 인질 협상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은 주로 카타르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데, 하마스가 추가 협상을 통해 이중 국적 인질 약 50명을 풀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 고위 이스라엘 국방 관계자는 이 매체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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