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거듭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두고 비판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에 성명을 올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 등을 두고 경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이 숨진 사실을 언급하며 "인명 손실을 무시하는 어떠한 이스라엘의 군사 전략도 결국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자지구에) 갇혀 있는 민간인들에게 식량과 물, 전기를 차단한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은 커지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의 태도를 여러 세대에 걸쳐 더 굳어지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약화하고 (이스라엘이) 적들의 손에 놀아나게 하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려는 장기적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흔한 사례는 아니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가자지구에 물과 식량, 전기를 끊기로 한 이스라엘의 조치와 이에 따라 민간인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과 목숨을 잃은 것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외교 정책과 관련해 발언한 것은 드물다면서도, 이날 성명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전에 조율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역임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발생하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했지만,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늘어나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찾은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언급했듯 미국은 참전했을 때 때때로 우리의 더 높은 가치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9·11 테러 여파로 미국 정부는 (테러조직) 알카에다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와 관련해 심지어 동맹국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과도한 보복을 자제하라는 뜻을 이스라엘에 완곡히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9·11 이후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우리가 정의를 추구하고 그것을 얻는 동안 실수도 했다"며 미국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편 하마스가 이달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하면서 민간인들을 무차별 살해하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보복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