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번 주 위원회 발족을 목표로 위원 인선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지도부의 입김을 막아낸 독립적 위원회 구성이 쇄신 역량을 보여줄 첫 가늠자로 평가되는 가운데 전권을 위임받은 혁신위가 공천의 룰(rule·규칙)을 다루는지를 두고 당내 온도 차도 감지된다.
인 위원장은 24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을 짓는 기초를 다지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며 26일까지 위원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빠르면 26일 최고위원회에서 명단을 의결 받아 바로 혁신위 가동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생전 제2창사 수준의 혁신경영 방침을 인용했던 인 교수는 이날에도 재창당 수준의 혁신 필요성을 재차 시사했다. 그는 “당을 위한 기초, 그리고 피눈물같이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위한 기초를 우리가 다져야 한다. 이번에 다 바뀌어야 한다”며 “저는 전문가들을 모셔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취합해 좋은 방향을 잡아 나가는 도구”라고 말했다.
위원 인선은 쇄신·통합 등 혁신위의 성과를 예상할 수 있는 첫 시험대로 지목된다. 인 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소외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탐색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사무처도 후보군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과반 이상을 원외 인사로 구성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쇄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에서는 수도권 의원, 지도부와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인 위원장의 정무 감각을 보조할 수 있는 인물 등의 합류가 예상된다. 인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외친 만큼 하태경 의원 등 비윤계 인사가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비윤계 인사 합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뭐든 다 내려놓고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관심은 전권을 위임받은 인 위원장의 혁신의 범위에 내년 총선 공천룰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가 있다.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는데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당 주류의 기득권을 해체하지 못한다면 ‘시늉뿐인 혁신’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윤희숙 전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단호한 룰을 내밀어야 한다”며 혁신위 활동 범위에 공천룰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 지도부에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혁신’과 ‘공천’은 구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남 물갈이’ 및 ‘중진희생론’이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제기돼 내홍의 쟁점이 됐다는 점도 지도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우편향된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는 인물을 대거 등용해야 한다”며 “지도부가 혁신 과제를 수용해야 의미가 있는 만큼 친윤의 의지가 쇄신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자신의 추천으로 인 위원장 임명이 이뤄졌다는 풍문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당의 어떤 자리에 대해서도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총선에서도 자신의 역할은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