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물가가 점차 안정될 것이란 기대 속에 소비를 늘리고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뒤바뀌는 모습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전월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석 달 연속 하락하면서 지수 수준은 100을 밑도는 상황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가운데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 지표로 장기 평균치(2003년 1월~2022년 12월)인 기준값(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이뤄졌다. 해당 기간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나 미국 국채금리 급등 영향 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불안 우려, 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 긴축 기조 장기화 등 영향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석 달 연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금리 수준 전망이 128로 전월보다 10포인트나 급등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인식이 커지는 가운데 높은 시중금리가 지속된 영향이다. 물가 수준 전망 역시 151로 전월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 하락 폭 축소, 농산물 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체감 물가가 높은 수준이 이어지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다.
한은이 주요 지표로 살펴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2월(4.0%)에 0.1%포인트 상승한 이후 8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물가인식은 4.1%로 전월과 동일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물가인식은 각각 향후 1년, 지난 1년에 대한 물가 전망과 인식을 보여준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은 3%가 넘는 상황이 19개월째 이어지면서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잠재돼 있다.
반면 1년 뒤 집값 수준을 묻는 주택 가격 전망은 108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중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도 오르다 보니 집값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사태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값이 더 오르겠냐는 심리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