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진화 나선 태광산업 …"횡령·배임 의혹 '이호진 공백' 기간 발생"

"그룹 차원서 강도 높은 감사 진행 중"
전임 경영진 비위 행위 수사 의뢰 방침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로 불거진 '오너 리스크' 진화에 나섰다. 이 전 회장이 사면 복권된 지 두 달 만에 또다시 횡령·배임 의혹을 받으면서 미래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재빨리 입장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은 25일 경찰이 내부 횡령·배임 등의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과 관련, "이호진 전 회장의 공백 동안 벌어진 전(前) 경영진의 전횡"이라며 "내부 감사를 철저히 진행해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해 즉각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003240)은 앞서 지난 8월 초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골프장) 사업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티시스의 내부 비위 행위를 적발하고,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그룹 실세로 불리던 김기유 티시스 대표를 해임했다. 이후 감사 대상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 중이다.


태광그룹은 "내부 감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금융·IT 분야의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에 전문성을 가진 법무법인 로백스를 감사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로백스를 통해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감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 전 회장의 공백 기간 그룹 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 결과로 확인되고 있다"며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이 전 회장은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으며, 일상적 경영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앞서 2012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 속에 2018년 구속됐고 징역 3년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으며,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전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회장 자택과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태광CC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태광그룹 임원의 허위 급여 지급·환수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태광CC의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 6000만 원 대납, 계열사 법인카드 8094만 원 사적 사용 등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는 전 경영진의 전횡과 비위 행위가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둔갑해 경찰에 제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는 만큼 비위 행위의 주체와 내용들이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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