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은행원의 보너스를 연간 기본급의 두 배 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EU(유럽연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권의 주고 개혁을 위해 2014년부터 은행·투자회사 직원들의 상여금을 기본급의 2배 내로 제한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영국중앙은행(BOE) 산하 건전성감독청(PRA)은 오는 31일부터 은행원 보너스 상한제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EU 탈퇴 이후 국제 금융 도시로서 런던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보너스 상한 폐지 등을 추진해 왔다.
금융 서비스가 국가의 핵심 산업인 영국은 규제 도입 때부터 반대 입장을 펼쳤다. 제한된 급여가 은행 산업의 성과 저하를 불러오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급여 축소를 피하려 기본급을 과도하게 올리는 사례 등 부작용 우려도 제기됐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상한제 폐지가 은행들의 임금 운용에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PRA도 이번 조치가 급여와 성과를 더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주요 은행들은 상한제 폐지가 “금융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영국을 국제적인 전문가들이 일하기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환영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침체한 런던의 금융 산업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왔다. 특히 EU 소속 국가들이 규제 강도를 높이며 런던에 있는 금융회사를 유치하려 하는 등 견제가 심화하면서 거래·인력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커졌다. 이 같은 위기감은 영국 기업들의 미국 상장이 잇따르며 더욱 확산하고 있다. 배관 및 난방 제품 공급 업체 퍼거슨이 지난해 미국으로 이전 상장했고, 올 9월에는 반도체 팹리스 기업 ‘암(ARM)’이 런던증시가 아닌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