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쏠림'…金·단기채권 고공 행진

"전쟁에 인플레 지속 우려" 금·은 인기
단기채 ETF도 수천억 뭉칫돈 몰려
단기금리 추종 상품 이달만 1.2조 ↑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공포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겹치자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간 안전자산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대기 자금이 머무는 ‘파킹통장’ 용도의 금리형 상장지수펀드(ETF)에만 이달 들어 1조 원 넘는 자금이 몰렸다. 시중 금리 변동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단기 채권과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은에도 수백억 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렸다.





2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한국 무위험 지표금리(KOFR) 등 국내 단기금리를 추종하는 ETF 7종의 순자산은 이달 들어(10월 4일~10월 24일) 1조 2184억 원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 가장 많은 자금(5637억 원)이 몰렸고 ‘KODEX KOFR금리 액티브(합성)’(3559억 원), ‘TIGER CD금리 투자 KIS(합성)’(1539억 원)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TIGER CD금리 투자 KIS(합성)의 순자산은 7조 244억 원에 달해 국내 최대 ETF로 몸집을 계속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시중 금리 상승에 ‘파킹통장형 ETF’로 개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아 금리형 ETF로는 사상 처음 지난달 ETF 순자산 1위에 올랐다.


미국의 단기 금리에 투자하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ETF 6종도 이달 들어 222억 원을 거둬들여 각광받고 있다. 해당 ETF는 미 국채를 담보로 하는 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반으로 매일 산출되는 무위험금리인 SOFR에 환노출 방식으로 투자한다. 연 4~5%대 금리를 안정적으로 수취하면서 강달러 국면에는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삼성운용이 4월 첫 상품을 출시할 때만 해도 연 4% 수준이던 SOFR은 긴축 장기화로 연 5.3%까지 올랐다.


만기가 2년 안팎 남은 단기 채권형 ETF에도 수천억 원이 몰리고 있다. 고금리 수혜를 누리면서 장기채에 비해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 손실 위험도 줄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한 달(9월 26일~10월 25일) 동안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채권형 ETF 10종 중 6종이 단기채 ETF였다. 내년 12월 만기 도래 후 상장폐지되는 ‘KODEX 24-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의 순자산이 가장 많이(4208억 원) 늘었고 단기 통안채와 은행채 등에 분산 투자하는 ‘TIGER 단기채권액티브(2216억 원)’이 2위를 차지했다.


올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반짝 급등했던 금·은도 이·팔 전쟁 이후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 금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KODEX 골드 선물’ 주가는 이달 4일 연저점(1만 1610원)을 찍은 뒤 강세 전환해 24일까지 8.09% 치솟았다. 국내 유일의 은 ETF인 ‘KODEX 은선물’도 8.68% 오르며 금 ETF보다 소폭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금·은에 투자하는 국내 ETF 6종(인버스 제외)의 순자산은 이 달 들어 317억 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이-팔 전쟁이 당분간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여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고유가가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촉발하면 자산 가치 보존 수단인 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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