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계신 건대 맛의 거리는 현재 인구 밀집도 경계 단계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좁은 골목으로 진입하지 마시고 차랑 통행에 주의해 현 지역을 벗어나 우회해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25일 다중 운집 대응 훈련이 이뤄진 ‘건대 맛의 거리’. 1㎡당 4명이 모였다는 알림이 광진구 재난안전상황실 CCTV 화면에 나타나자 이 같은 안내 방송이 골목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이후 인근을 순찰하던 구청 순찰대원들은 골목에 모인 사람들이 질서 있게 이동할 수 있도록 나섰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가 다가오면서 서울시가 안전관리 총력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와 광진구는 이날 ‘건대 맛의 거리'에서 시민 150명이 인파 밀집 상황을 가정한 ‘시민 참여형 훈련’을 진행했다. CCTV를 활용해 위험 징후를 사전에 알리는 ‘AI 인파감지 시스템’의 가동을 점검하는 등 실제 인파 밀집 상황과 유사하게 이뤄졌다. 서울시가 최근 도입한 ‘AI 인파 감지 시스템’에 따르면 200만 화소 이상의 CCTV가 24시간 거리를 촬영한 영상은 관할 구청의 CCTV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고 이 센터에 있는 인파 밀집도 영상 분석 서버가 자동으로 영상을 분석해 사람 수를 셀 수 있다.
‘건대 맛의 거리’는 지난해 핼러윈 기간 동안 3만7000명이 방문한 대표적인 인파 밀집 지역으로, 올해는 풍선효과로 4만 명의 시민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다. 시는 이외에도 종로구 익선동, 용산구 이태원, 서대문구 신촌,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 등 14곳을 인파가 밀집될 곳으로 특정했다.
이날 모의 훈련은 인파 밀집 위험단계를 ‘주의-경계-심각’ 3단계로 구분하고, 밀집도를 높여가며 서울시 및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이 인파 해산을 위해 대응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30㎡ 너비의 좁은 골목에서 주의 단계(약 90명), 경계 단계(약 120명), 심각 단계(약 150명)이 밀집하는 상황을 차례로 연출했다.
1㎡당 3명이 모이는 ‘주의’ 단계가 되자 구 재난안전상황실이 구 CCTV 통합관제센터에 연락해 인파감지 CCTV에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인파 해산 방송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골목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인파 해산 협조 안내가 수 차례 방송됐다. 다음 ‘경계’ 단계(1㎡당 4명)에서는 현장 안내 방송에 더해 인근을 순찰하던 구 현장대응조가 장소에 투입돼 인파를 해산 시켰다. 마지막 ‘심각’ 단계(1㎡당 5명)에서는 부상자 5명이 발생하는 등 실제 사고 상황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해 경찰·소방 인력도 함께 투입됐다.
훈련에 참여한 세종대학교 학생 장희원(22)씨는 “모의 상황이지만 무서움을 느꼈다”며 “훈련을 통해 사람들이 몰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날 훈련에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도 참석해 인파감지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에 준비된 대형 화면을 통해 시스템의 가동을 직접 확인했다. 오 시장은 “최첨단 과학기술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훈련이었다”면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보다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훈련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