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출경쟁력 제고 위해 에너지 전환 서둘러야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美·EU, 에너지 전환 규범 가속화
탄소배출량 적을수록 수출에 유리
韓, 주력상품 '신재생' 비중 높여
'기후·통상정책 연계' 파고 넘어야


유례없는 폭염∙폭우∙산불 등 기후변화 여파에 지구촌이 신음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대홍수가 덮쳐 사망자만 2만 명 넘게 발생했고 올해 6~8월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달들로 기록돼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최고기온 신기록이 속출했으며 캐나다에서 올해 발생한 산불은 지난 10년 평균 피해 면적의 7배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해야만 하는데 그중 핵심은 최종 에너지 소비 기준으로 최소 7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하는 에너지 전환이다.


지난 30년간 국제사회의 느슨한 공동 규범 아래 에너지 전환이 더디게 진행돼왔는데 최근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동 대응 기반이 더 약화되자 미국 및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기후 대응과 통상 정책을 연계’시키는 독자 규범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연계 형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주로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투자 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청정에너지 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연계 조치로,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나머지 하나는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에 탄소세를 추가로 부과함으로써 이미 탄소세를 지불하고 있는 자국 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연계 조치로, 10월부터 시범 사업이 시작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예로 들 수 있다. 두 가지 연계 형태 모두 에너지 전환 촉진과 자국 산업 보호가 목적인 바 다른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유사한 ‘연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새로운 국제사회 흐름은 대외 교역이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하는 개방형 통상 국가인 한국에 영향이 더 크다. 마침 프랑스가 9월 20일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예로 들면, 전기차 보조금이 철강 등 자동차 부품 생산 과정과 완성차 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유리하게 규정돼 있다. 결국 한국의 상대적 에너지 전환 속도가 수출차의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수출 제품의 생산뿐 아니라 운송 시 에너지 전환도 중요하다. 한국산 제품을 유럽까지 수출할 경우 2만 ㎞가 넘는 장거리 해상 운송이 불가피한데 선박 연료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을수록 탄소가 덜 배출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가 메탄올(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19척을 한국 조선사에 이미 발주한 이유다.


자동차·철강·선박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임을 감안할 때 기후·통상 연계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엠버(Ember)에 따르면 풍력·태양광 발전량 기준으로 세계 5대 국가에 중국·일본·인도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한국의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은 수출 경쟁국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원 예산을 확대해야 하고 기업도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당해야 하며 개인도 비싼 전기료를 지불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장기 기후변화 대응 목적이라기보다 우선 중단기 수출 경쟁력 제고 목적의 에너지 전환이라면 고통 감내에 이견이 적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목적부터 분명히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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