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에 땅 파서 마약 묻었다" 30대 남성 징역 4년형

서울서부지법. 김남명 기자

마약 운반책으로 일하면서 마약을 은닉,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는 A씨(37)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3239만 9000원을 추징하고, 8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명령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마약류 판매 채널에서 ‘직원 구함’이라는 내용의 구인 광고 글을 보고, 마약 판매자에게 연락해 서울 마포구의 한 화단 앞과 기둥 옆 돌 틈 사이에 있는 대마 1g짜리 20개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의 업무는 마약을 챙겨 소분한 후 지정된 장소로 다시 운반하는 것이었다. A씨는 그 대가로 월 5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A씨는 지난 6월까지 두 달간 대마 457g, 액상대마 151팟, 엑스터시 31정, LSD 50탭을 수거해 수수했다. 이렇게 챙긴 마약은 주차장에 있는 실외기 등에 은닉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마약 운반책 일을 하면서 얻은 마약을 지난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이 기간 동안 본인의 집에서 엑스터시 1정과 액상대마 2팟을 세 차례에 걸쳐 투약 및 흡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권 판사는 “A씨는 수십회에 걸쳐 엑스터시 대마를 수수하거나 수수하려 했고, 그 수수한 마약류를 수백 회에 걸쳐 운반하고 은닉하는 방법으로 소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엑스터시 대마를 투약 흡연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특히 A씨는 마약판매자의 지시에 따라 도심 곳곳에 마약류를 땅에 파묻어두고 사진을 찍어 전송함으로써 마약 판매자의 연락을 받은 다른 사람이 이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마약운반책 역할을 수행한 점이나 그로 인해 회수되지 않고, 실제 시중에 유통된 마약류의 양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면서 “A씨는 공범의 지시에 따라 마약류를 수수 운반한 것으로 범행 전반을 주도하거나 범행의 세세한 경위까지 인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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