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절도범들이 일본에서 훔쳐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불상이 최초 국내 사찰의 소유였더라도 소유권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불상은 10년 만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인도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 국적인 문화재 절도범 9명은 지난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 소재 사찰 관음사에 해당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밀반입하려다 검거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불상은 몰수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이후 충남 서산의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는 해당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후신으로 왜구가 약탈한 문화재의 원소유주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 관음사는 법인이 설립된 1953년 1월부터 불상을 소유해 취득시효가 적용된다며 자신들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해당 불상은 문화재청이 연대측정을 실시한 결과, 1330년께 고려 충선왕 즉위 일에 맞춰 당시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진품으로 확인됐다.
1심은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불상은 부석사의 소유로 추정할 수 있고, 과거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관음사로 운반돼 봉안돼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서산에 있는 부석사가 고려시대에 서주 부석사인지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2심은 해당 불상이 부석사에서 제작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부석사와 과거의 사주 부석사가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설령 원고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보더라도 관음사가 불상을 적법하게 양수해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증명은 부족하나 시효취득의 준거법이 되는 일본 민법에 따라 불상을 시효취득 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현재 부석사의 동일성과 취득시효가 완성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현재 부석사와 서주 부석사의 동일성을 인정하면서도 취득시효 완성으로 관음사가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양국의 민법상 소유권의 취득시효는 20년이다. 이에 따라 1953년 1월부터 불상을 보유해온 관음사는 1973년 1월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불상이 문화재에 해당하더라도 점유취득시효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일본 민법에 따라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원고가 불상의 원시취득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불상의 소유권은 상실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