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물량 풀리는데…되레 뛰는 강남 전셋값 [집슐랭]

개포 '디퍼아' 입주 한달 앞으로
6700세대로 강남권 역대 3위 규모
전용84㎡ 13억대로 석달새 2억↑
입주 4년된 인근 단지도 키 맞추기
아파트 공급부족에 전세 선호 영향
당분간 전셋값 상승기조 이어갈 듯
25년 '청담 르엘' 이전까지 공급가뭄


강남구 개포동에서 6000세대 이상 매머드급 단지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입주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 인근 전셋값이 되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매물이 한 꺼 번에 쏟아져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공급부족 우려와 전세 선호 현상에 수요자들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40% 가까이 감소하면서 전셋값 상승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오는 28~30일 사전점검 기간을 거쳐 다음 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옛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규모가 총 6702세대에 달한다. 1990년 이후 강남 3구에 들어선 아파트 중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세대)', '파크리오(6864세대)' 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2월 입주한 인근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세대)'보다도 두 배 가량 많다. 역세권과 대치동 학군에 실수요자가 몰리며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달 연초 대비 5억 뛴 29억 9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근 4년 간 신축 아파트 공급이 몰리면서 강남구의 전세 매물은 늘어난 상태다. 이날 기준 강남구 전세 매물은 총 7730건으로 1년 전보다 약 17%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 매물량이 증가한 건 강남구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전셋값은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4월 82에서 9월 84.9로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달 넷째 주(23일 기준)에는 전주 대비 전셋값이 0.07% 올랐다.


강남에서 매물 폭탄이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입주장 공식'이 깨진 건 향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의 전용 84㎡ 전세 시세는 지난 7월 11억 원에서 이달 13억 원대로 뛰었다. 2019년 입주한 인근 '개포래미안포레스트'와 '래미안블레스티지' 같은 평수도 1억 원 씩 뛴 13억~14억 원에 안착했다. 개포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사전점검 후 소폭 더 오른 뒤 14억 가량에 시세가 안착할 전망"이라며 "인근 단지 모두 4년 내 재건축된 곳들로 구조상 큰 차이가 없어 같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할 당시 인근 아파트 전셋값이 13억 원 대에서 10억 원대까지 떨어졌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구 전세 물량이 늘었다 해도 서울 전체로 보면 여전히 매물이 부족한 상태"라며 "매매 관망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연초대비 소폭 하락해 월세에서 전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등 전세 선호 현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인허가 및 착공 감소에 향후 아파트 공급 감소가 예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셋값 상승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이달 넷째 주 서울 전셋값은 전주에 이어 0.18% 상승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 폭이 0.15%에서 0.13%로 축소된 것과 대비된다. 내년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 5627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보다 40%가량 감소한 규모다. 강남에서는 2025년 청담동 '청담 르엘' 준공까지 2년 간 입주가 예정된 대단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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