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맹이 빠진 연금 개혁안…‘3대 개혁’ 의지가 있는 건가

정부가 27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등 구체적 수치가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대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올려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수급 개시 연령을 언제로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단일안을 내놓지 않았다. 소득대체율을 얼마로 조정할지도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 과제를 내년 4월 총선 이후인 차기 국회로 떠넘긴 셈이다.


알맹이 빠진 개편안 발표로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의지가 의심을 받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며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 추진을 약속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연금 개혁안에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숫자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에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줄이는 등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마련됐는데 그보다도 못한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3대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보험료를 ‘더 내는’ 개혁 방안이 총선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기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정부마저 눈치를 보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이대로 둘 경우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불굴의 의지와 과감한 결단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포퓰리즘에 빠진 문재인 정부는 네 가지 연금 개혁안을 사지선다형으로 제시해 사실상 연금 개혁을 방치했다. 연금 개혁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교육 개혁과 노동 개혁도 더 이상 탄력을 받기 어렵다. 거대 야당도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발목 잡기에서 벗어나 내년 총선 전에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3대 개혁이 정치 논리에 함몰돼 표류하면 정치와 경제·안보의 복합 위기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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