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속도 높이던 해외M&A '일시 멈춤'

■‘비욘드 코리아’ 전략 차질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 19.7%
내수기업 탈피하려 공격 M&A
구속으로 오너리스크 현실화땐
투자위축·미래사업 차질 불가피

금융 당국이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인 가운데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 공동체의 경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김 전 의장이 구속될 경우 대규모 투자 유치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해외 사업 확장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감독원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해외에서 연결 기준으로 1조 398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1년 10.2%에서 지난해 19.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카카오의 해외 매출 증가는 콘텐츠·엔터테인먼트가 주도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1조 1000억 원을 들여 타파스(웹툰)와 래디쉬(웹소설)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매출이 크게 뛰었다. 카카오픽코마도 일본 웹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등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과 ‘내수 기업’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기 위해 공격적인 M&A를 단행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SM엔터를 인수한 것도 카카오의 세계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특히 김 전 의장이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으면서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유지할 정도로 해외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다.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은 아이러니하게도 핵심 프로젝트였던 SM엔터 인수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현 상황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의 북미 통합 법인 출범은 물론 합병 후 기업공개(IPO)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지금껏 계열사별로 자율 경영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국내외 기업에 대한 M&A와 대규모 투자 유치 같은 굵직한 결정은 김 전 의장과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판단 하에 이뤄져온 만큼 경영진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공동체 전반에 걸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카카오는 커머스·웹툰 등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부문에서 준수한 성적을 보였지만 유독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는 경쟁사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사업 구조를 클라우드와 검색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AI 사업을 전개하는 카카오브레인도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코지피티(KoGPT) 2.0’을 10월 이후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사태로 인해 연내 출시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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