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애도물결 "인민의 총리"…당국·관영매체는 짧게 처리

■베이징 산책
어린 시절 자택에 추모 행렬
"많이 울었다. 영원히 기억"
인민일보 등 부고 단신처리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어린 시절 살던 안후이성 허페이시 한 골목에 28일 중국인들이 그를 추모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온오프라인에 많은 중국인들이 그를 추모하며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애도 분위기 속에도 중국 당국은 공식 부고 발표 외에는 조용한 분위기다. 관영 매체들도 리 전 총리 관련 소식을 단신 처리하는 등 추모 분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수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29일 10시(현지시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리커창 동지 별세’라는 해시태그로 28억회 이상 조회된 것으로 집계됐다. 40시간 넘게 검색어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 전 총리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안후이성 허페이시와 추저우시 일대에는 리 전 총리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이후 추모 행렬이 이어지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웨이보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리 전총리가 살았던 집 앞에 그를 추모하는 꽃을 놓고 슬퍼하는 모습의 영상과 사진도 게재됐다. 한 네티즌은 “방금 아이와 함께 꽃을 놓고 왔는데, 정말 많이 울었다”며 “그는 우리의 자랑”이라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도 리 전 총리를 향해 ‘인민의 총리’라고 부르며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추모 분위기에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리 전 총리 별세 소식을 확산시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관영매체인 신화사, 환구시보 등 주요 매체는 리 전총리가 27일 오전 8시께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한 중국중앙TV(CCTV) 발표를 인용해 짤막한 단신 보도만 반복했다. 이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전국정치협상회의가 공동으로 발표한 부고를 전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CCTV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에도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은 뉴스 중반에나 짧게 소개됐을 뿐이다. 인민일보도 28일자 1면에 리 전 총리의 부고 소식을 전했지만 별도 기사는 없었다.


국가주석과 총리의 무게감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장쩌민 전 주석 사망 당시와 비교해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를 두고 당국이 추모 분위기 확산을 원치 않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 전 총리가 국가주석 지위를 놓고 시 주석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고 권력을 향해 자주 쓴소리를 했던 점을 당국에서 불편하게 여겼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리 전 총리의 사인을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수영을 하다가 병원으로 이송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어린 시절 살던 안후이성 허페이시 한 골목에 28일 중국인들이 그를 추모하며 꽃과 편지를 놓아뒀다.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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