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자본 시장에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상환 압박에 진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행한 전환사채(CB) 등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데 자금을 상환하거나 추가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주가가 자금 조달 당시 대비 수십배 가량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원금 상환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카나리아바이오(016790)의 CB 발행 총액은 1954억 원, 미상환 사채는 1032억 원에 달한다. 제넨바이오(072520)의 CB발행 총액은 270억 원, 미상환 사채는 205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CB를 발행했는데 현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지난해 1만 7000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현재 6000원 대에 머물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2만 1000원 대였던 주가가 현재 400원 선이다.
이는 비단 두 기업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다. 바이오 생태계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바탕으로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기술 이전과 단계별 기술료를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보돼야 제대로 돌아간다.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자금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 원금 상환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곧 회계감사 시즌이 돌아오는 점도 자금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회계감사 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 있다. 메드팩토·박셀바이오·압타바이오 등 여러 업체들이 최근 자금 조달에 나선 속사정에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보여주기 위한 이유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 기조도 현금 창출원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에게 직격타가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바이오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순환 구조를 확보한 기업들은 추가 자금을 마련해 R&D에 투자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자금 조달 자체도 어렵다. 이미 CB발행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은 결국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주주들의 자산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손해가 불가피하다.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체질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BBT-176, 안저질환 치료제 BBT-212 개발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BBT-207에 개발 역량을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임상 개발 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결국 자금 문제”라며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파이프라인 구조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