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 경제는 장기적 구조적 고금리 추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시대의 교란만 해결된다면 다시 저금리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지난 15년 간의 저금리 시대야말로 일탈에 가깝다. 어쩌면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5배가량 높은 금리라는 새로운 투자 환경에 익숙해져야 할 지도 모르겠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여러가지다. 가장 먼저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의해 공급 쪽에서 충격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인플레이션이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중립금리의 기준 역시 높아질 수 있다.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날 확률을 의미하는 ‘팻테일 리스크(Fat Tail Risk)’의 증가 역시 이러한 추세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해 팻테일 쇼크를 겪으면서 증가한 변동성이 금리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녹색 기술과 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요한 기후 전환 비용 역시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을 견인할 것이다.
이러한 투자 환경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채권 투자가 매력적일 수 있다. 채권은 전통적으로 고금리 환경의 피해자로 여겨진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반비례 관계 탓이다. 그러나 현재 채권 수익률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될 만큼 높아진 상태이다. 특히 이 달 들어선 미국 국채 30년물 수익률이 2007년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금리가 추가적으로 더 상승하게 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리스크는 있다. 그러나 현재의 채권 수익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80bp(1bp는 0.01%포인트)가 오르더라도 획득하는 소득이 가격의 하락 분보다 더 클 것이며 100bp가 인상되더라도 손실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만약 중립 금리 자체가 상승한 것이고 현재 채권 수익률이 수년간 지속된다면 채권 투자를 통해 주식 투자의 장기 기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투자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근거에 기반한 예측과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탐색해 나간다면, 성공적인 투자는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의 초저금리 환경을 당연시하지 않고 뉴노멀에 대처하는 자세가 투자자들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