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에나 2% 물가"…고금리 더 간다

◆한은 '디스인플레이션' 보고서
물가목표 도달 예상보다 늦춰져
중동사태發 '유가 상승' 조짐에
사실상 내년 금리인하 물 건너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0%에 수렴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은 2025년 상반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사태가 점차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오를 조짐이 나타나는 만큼 이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소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은행은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주요 예측 기관들은 물가 목표 2% 도달 시점을 미국은 2026년께, 유로 지역은 2025년 하반기, 한국은 2025년 상반기 중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 12~50곳에서 내놓은 예측치의 중간값이다. 다만 중동 사태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이스라엘의 지상전 돌입 등 최근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도 다음 달 ‘수정 경제 전망’에서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를 배럴당 84달러로 전제한 뒤 올해와 내년 물가를 각각 3.4%, 2.4%로 전망했는데 최근 국제유가 수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달 금리 결정 과정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고했다.


물가 목표 수렴 시기가 2025년 상반기라는 것은 최소한 내년까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가계와 기업이 겪는 고금리 고통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물가 목표 도달 시기가 우리보다 1년이나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미국발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는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익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최근 유가와 농산물 가격을 보면 물가 둔화 시점이 지연될 수도 있다”며 “전제와 상황이 달라지면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는 당연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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