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국회 개막…포퓰리즘 경계하고 경제 살리기 힘 모아라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국회가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 달가량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한다. 여야가 정면 대립하는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제대로 심사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예산안이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해를 넘기면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부의 새해 예산안은 656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2.8%에 불과하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긴축예산으로 편성했는데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 원가량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때보다 ‘허리띠 졸라매기’가 절실한 실정이지만 여야 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국민 혈세를 지역구 사업 챙기기로 매표 행위에 동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 이상의 증액을 요구하며 정부 여당과의 전면전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명분 삼아 이재명 대표의 간판 정책인 지역상품권과 서민금융 관련 예산, 새만금 개발 예산 등을 대폭 증액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로 총선 승리에 빨간불이 켜지자 소상공인, 취약 계층, 청년층 관련 선심 예산을 늘리려 하고 있다. 더구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나눠 먹기, 지역구 쪽지 예산 등의 구태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내년부터 이장·통장 기본수당 기준액을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도 ‘총선용’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후퇴하는 가운데 신(新)중동전쟁 위험,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환경까지 악화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장기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의 회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선거용 선심성 예산을 줄여 불필요한 예산 누수를 막는 한편 경제 살리기 예산은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히 첨단 전략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또 연구개발(R&D) 예산 심의 과정에서 비효율성은 개혁하되 일률적 삭감에 따른 현장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 작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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