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허들링하듯…日 시니어들의 '진짜 공동체'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지역민 거점 된 '고마 할아버지 집'
수시로 드나들며 자발적 교류 이뤄
자연스런 만남에 상호돌봄도 윈윈

‘고마 할아버지의 집’ 앞에 선 아키모토 야스오(오른쪽) 대표와 자원활동가,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들. 유주희 기자

2013년 도쿄 분쿄구 혼코마고메의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웃의 ‘쓰레기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마음의 병을 앓는 이웃이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이들은 지역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교류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지역 토박이인 아키모토 야스오 씨가 돌아가신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무상으로 기증했다.


그렇게 시작된 ‘고마 할아버지의 집’은 어린이 식당, 바둑 교실, 비즈 공예 교실, 뇌 훈련 마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 누구나 쉬거나 즐길 수 있는 거점으로 단단히 자리잡았다. 음식 준비나 교실 운영 등도 모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맡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돌봄도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 식당에 방문한 부모가 바로 옆의 육아 지원 센터를 이용하기도 하고 바둑 교실에서 고립된 시니어나 빈곤 가정의 정보가 돌면 지역 사회복지사들에게 즉시 전달된다. 이날 고마 할아버지의 집에서 만난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 차원의 관리 대상자들이 있지만 매일같이 돌보기에는 역부족인데 이곳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맡아주고 있다”고 전했다. 극지대에서 서로의 체온을 지키기 위해 둥그렇게 뭉치는 펭귄들의 ‘허들링’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이곳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비영리민간단체(NPO) 이바쇼 고마’도 설립했다. 이후 쭉 대표를 맡고 있는 아키모토 씨는 “언제든 갈 수 있는 아지트와도 같은 ‘이바쇼(있을 곳)'가 생기면 무엇이든 할 일이 생기게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퍼진다”고 설명했다. 고마 할아버지의 집은 이달 말부터 ‘시니어 식당’ 운영도 개시했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지역 내 독거 노인들을 소통의 장으로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분쿄구는 매년 5000~6000명이 방문하는 이곳을 본따 구 내에 총 8곳의 이바쇼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으며 다른 일본 지자체들도 제각기 이바쇼 건립 및 보조금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도쿄=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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