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파트 부실 시공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부실한 철근 배근과 공사에서 비롯된 붕괴 사고는 첨단 사회로 이행하는 국가 이미지와 다르게 우리의 열악한 물리적 환경과 시스템을 보여준다. 2022년도부터 건축문화대상은 부실 문제와 준공 후 공간의 쓰임을 들여다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의 모습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준공 후 약 6개월이 지난 건축물에 대해 응모자격을 부여했고, 올해는 1년이 지난(2022년 6월 30일 이전 준공) 건축물로 한정했다.
현장심사 대상이 된 건축물들은 모두 상을 주어도 충분한 가치와 완성도를 갖추었다. 심사위원들은 △사회·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향이 건축적 해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가 △그 성과가 지역과 사회에 긍정적이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가 △건축물이 특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가져 좋은 선례로 작용할 수 있는가 등의 기준에 따라 수상작을 선정했다.
공공부문 대통령상 ‘펀그라운드 진접’은 흔히 ‘공공시설은 감안해서 본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청소년 활동 공간을 담고 있는 단순한 사각형 주공간은 열린 마당의 인상으로 청소년들이 주체라는 본질을 쉽게 눈치채게 해준다. 이곳을 방문하는 청소년들이 “펀 그라운드 진접 덕분에 서울 강남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민간부문 대통령상 ‘콤포트서울’은 용산구 후암동 아래 두텁바위길과 그 위 소월길 사이 15m 높이차에 대응하며 만들어진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이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소월로의 해발고도를 넘어서 지을 수 없지만 규제를 뛰어 넘어 특색 있는 건축물을 지은 점이 인상 깊다. 주택부문 대통령상 ‘강화바람언덕 협동조합주택’은 대안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12가구로 구성된 마을이다. 다세대형 단지를 형성해 공동주차장과 도서관을 매개로 지역과 소통한다.
공공부문 국무총리상인 ‘조치원 1927 아트센터’는 오래된 제지공장을 리모델링 하면서 도시재생도 신경 썼다는 점이 돋보인다. 민간부문 국무총리상 ‘포레스트 엣지’는 모듈화된 건식재료로 엄정한 질서를 구축했다. 주택부문 국무총리상 ‘지산돌집’은 단독주택으로 4층 높이의 단정한 입면과 균형 잡힌 자연스러운 개구부가 건강한 도시건축으로서 부족함이 없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