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자원 부국’ 아르헨 연료난


2012년 4월 당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에너지 주권 회복’을 내세워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YPF에 대한 국유화 조치를 선언했다. YPF의 최대주주이자 스페인 기업인 렙솔은 ‘불법적인 자산 몰수’라며 반발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아르헨티나의 투자 환경을 악화시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렙솔은 국유화의 대가로 105억 달러를 보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결국 50억 달러를 받고 철수해야만 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원유 생산량 3위, 천연가스 생산량 1위로 대표적인 산유국이다. 그러나 무리한 산업 국유화와 무역장벽 강화 조치는 국내 정유 산업을 고사 위기로 내몰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003년 정유 회사들이 내수보다 수출에 치중하는 것을 막기 위해 5%의 석유수출세를 도입했다. 기업들은 국제유가가 올라도 수출세를 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 설비투자에 나서기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유가 동결은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후보들의 단골 메뉴다. 2019년 대선 당시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유가 동결 등 선심 정책을 내세웠다.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다음 달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연료 가격 인상률 상한 제도를 도입해 최대 인상 폭을 4%로 제한했다. 다국적 석유 회사인 셸은 몇 해 전 정부의 유가 통제를 수용하지 않고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가 불매 운동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아르헨티나가 연료 부족 사태로 주유소마다 휘발유를 사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농민들은 연료난으로 파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자국 내 유가를 국제 가격(약 86달러)보다 훨씬 낮은 배럴당 56달러로 고정해 손실을 우려한 정유사들이 생산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인위적 가격 통제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으면 ‘시장의 역습’을 초래하고 결국 국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우리도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