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탈탄소 신산업이 세계 주요국 정책 기조에 반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도 주요국 평균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정부가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규제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기후테크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산나눔재단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은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생태계 활성화’ 정책을 제언했다.
문상원 삼정KPMG 상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수는 362개로 전체 스타트업 7365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불과했다. 영국,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등 선진국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비중이 10%에 근접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더 심각하다. 문 상무에 따르면 2020년 7%대에 머물렀던 글로벌 VC의 기후테크 투자 비중이 2021년(8%), 2022년(10%) 꾸준히 늘어나 올 상반기에는 12%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에서 기후테크는 여전히 투자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투자받은 총액은 1조 520억 원으로 글로벌 상위 10개국 평균(7조 9280억 원)의 7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문 상무는 국내 기후테크 시장이 지지부진한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유독 강한 국내 규제를 꼽았다. 삼정KPMG가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상위 100개 기후테크 기업의 국내 사업화 가능 여부를 분석한 결과 34개 사는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 아예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수직 스마트팜 기술로 지난해 미국에서 4000만 달러(한화 약 543억 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받은 애그테크(농업 기술) 기업 플렌티는 국내에서는 농지법 등으로 인해 농지에 콘크리트 타설 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어 사업을 할 수 없다.
이날 정책 제언에 나선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 3월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기술·사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문 상무는 “국내 기후테크 기업은 기술 실증 기회가 많지 않아 충분한 실적과 신용을 쌓기 어렵고, 이에 따라 투자 유치도 어려워진다”며 “정부 기술 실증 지원과 기후테크 관련 공공조달 규모를 확대해 투자 유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상무는 이어 “규제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르 마련하고 민관합동 얼라이언스 구축하는 등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적기에 수립, 개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꾸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기후 위기는 점진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로 진입했고 인류의 생존이 달려있어 스타트업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혁신적인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공이 앞장서 시장을 조성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