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디서든 쓸 수 있는 'AI 민주화' 이룰 것"

[스케일업리포트] 딥엑스
김녹원 대표, 애플 연구원 박차고
'모두를 위한 AI기술' 모토로 창업
'저전력·고성능' NPU 개발 집중
모든 디바이스에 AI 탑재 가능 전략
195개 AI 반도체 원천기술 특허
美·中·유럽 넘어 중동시장 노크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형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총 593조 원에 달한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이 발달돼 있어도 팹리스가 없으면 제대로 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전력·고성능 '전성비' 강점


김녹원(사진) 대표가 ‘모두를 위한,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AI 기술’을 모토로 내걸고 2018년 설립한 딥엑스(DeepX)는 '엣지(Edge)용 AI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는 토종 팹리스다.


엣지용 AI 반도체는 PC, 가전,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정보기술(IT) 기기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탑재되는 AI 반도체를 말한다. 챗GPT 열풍으로 급증하는 AI 반도체 수요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팹리스들은 AI 연산에 최적화한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대표는 IBM과 시스코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애플에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AI도 와이파이처럼 모든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세계에 AI 반도체를 만들어 판매하자’는 내용의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회사에 제출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김 대표는 “모든 기기에 AI 기술을 적용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AI 반도체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딥엑스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최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딥엑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누구나 어디에서든 AI 기술을 사용할 날에 대비해 오픈 AI플랫폼 기술과 생태계 구축을 실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딥엑스가 엣지 디바이스 관련 NPU 개발에 집중한 것은 이같은 김 대표의 신념 때문이다. 딥엑스 NPU는 현재 AI 연산 처리에 많이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GPU 보다 낮은 전력과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보니 스마트폰 등 모든 디바이스에 AI 기술을 탑재하는 게 훨씬 쉽다. 이른바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얘기다. 엔비디아의 GPU는 AI 연산 처리에 300W 이상 에너지를 소모하고 가격은 최소 1500달러에서 최고 3만 달러 수준에 달한다. 반면 딥엑스 NPU는 엔비디아의 GPU와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면서 2~5W의 에너지로 제품 가격을 100달러 이하로 낮춰 경쟁력을 높였다.


김 대표는 딥엑스만의 ‘엣지 AI 반도체' 강점으로 다양한 초격차 기술을 제시했다. 고객이 원하는 최신 AI 알고리즘을 지원하면서 GPU에 버금가는 AI 정확도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NPU 경쟁사와 비교해 압도적인 제조 단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면서 “딥엑스가 앞으로 10년, 20년 간 초격차 기술을 유지한다면 글로벌 기준(스탠더드)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엣지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 중 유일하게 다양한 앱을 위한 AI 반도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딥엑스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딥엑스는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195개 AI 반도체 원천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딥엑스 본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 제공=딥엑스

현재 딥엑스는 △DX-V1 △DX-L2 △DX-M1 △DX-H1 등 총 4종의 NPU를 선보였다. AI연산 기능 등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어느 기기에서든 맞춤형 AI기술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단일 카메라 영상 처리에 적합한 DX-V1은 단일 카메라 영상 처리에 적합하며 내년 양산 제품으로 준비 중이다. DX-L2는 카메라 3대의 영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DX-M1은 카메라 10대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AI 기능을 탑재해 로봇, 물류 자동화 등에 적합하며 내년 양산 제품으로 투칩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DX-H1은 서버와 데이터 센터에 적용되며 AI 기반으로 1만 대 카메라를 처리할 능력을 가진다.


김 대표는 “DX-M1 칩을 M.2 모듈 형태와 추론형 서버에 적용할 수 있는 PCIe 모듈 타입으로 개발했고, 현재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과 포스코DX, 자화전자 등 고객사에 전달돼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추가 고객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3개의 제품 양산을 준비 중인데 1~2개 제품이 더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5년 주요 고객사인 세트 업체들도 양산을 시작하면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한층 성숙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력 바탕 글로벌 진출 속도


딥엑스는 주요 엣지 AI 시장인 북미와 중화권, 유럽은 물론 중동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해 5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삼성전자 전속 대리점인 코아시아일렉과 업무협약을 맺고 대만 및 아시아 영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에서는 각각 2개 이상의 프로모션과 쇼케이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딥엑스는 AI 및 반도체 관련 각종 행사에도 참여해 이름을 알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미국, 중국 등 각종 전시회에 나가서 만나는 고객들의 숫자가 많게는 1000명 이상”이라면서 “9월 열린 IFA 베를린 전시회에 참가한 것도 독일 보쉬·밀레,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영국 다이슨 등 대형 가전제품 기업이 신기술을 적용한 IT 기기를 도입하는데 맞춰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동 시장 공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위해 딥엑스는 지난 달 열린 ‘두바이 GITAX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김 대표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보다 더 큰 규모의 행사로 중동과 인도, 유럽, 서남아시아 등 많은 기업이 전시회에 방문했다”면서 “중동 기업의 경우 감시카메라나 엣지 컴퓨팅 기반 관제 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딥엑스의 기술력을 강조해 중동에서는 투자유치를, 인도권에서는 주문자위탁생산(OEM)을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딥엑스는 지난 달 25일부터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제25회 반도체대전(SEDEX)’에도 참가해 AI 토탈 솔루션 및 서버급 DX-H1 기술력을 선보여 국내외에서 참가한 관람객들로부터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딥엑스는 유럽의 이동 통신사와도 실증사업(PoC)을 진행하며 비즈니스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기업들과 양산 비즈니스까지 도달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며, 스마트 카메라, 머신 비전, 공장 자동화 등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 사진 제공=딥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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