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주영 회장의 말, 제가 참 좋아합니다.”
온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휘청이던 1997년은 김대정(61·사진) 한국시니어플래너지도사협회장에게도 혹독한 시간이었다. 은퇴 후 고향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던 그는 부도를 맞는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했지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을 되새기며 견뎠다. 그는 이제 당시를 떠올리며 “실패가 아닌 시련이었고, 난 시련을 잘 겪어냈다”고 말한다.
시련을 겪어낸 그의 앞에는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서울로 올라와 다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시작한 주말 한글교실이 지금의 시니어 플래너 김대정 회장을 만들었다. 어르신들께 글을 가르쳐 드리면서 숫자와 글을 읽을 줄 모르시는 분들의 삶의 애환과 보람을 느꼈다. 바로 이때 김 회장은 퇴직 후 강사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칠지가 숙제였다. 동료 강사에게 물으니 “시니어와 관련해 공부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돌아왔다. 어르신 한글 교실과도 맞닿아 있는 분야였기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 분야를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김 회장의 말이다.
전문 강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 후 시니어에 관한 조찬모임, 포럼, 세미나 등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미쳐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자성어 ‘불광불급’처럼 몇 년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니어 분야만 공부했다. 강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스피치 클래스도 다녔다. ‘맡은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자’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강사가 된 지금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양사이버대학교에서 시니어 비즈니스를 공부한 뒤 사회복지학과 전공, 현재는 군인과 경찰들의 심리 상담을 공부하는 군경 심리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시니어 플래너 사업과 병행 중이지만 며칠 전 중간고사에서 96점을 받을 정도로 우등생이다. 새로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생각에 공부가 즐겁다. “배워서 남 주냐는 말이 있잖아요. 근데 난 정말 배워서 남 주는 게 행복이거든요.”
김 회장의 강의 주제는 주로 동기부여, 시니어 인간관계와 노후 주거론이다. 그중에서도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강조한다. “누구든 자신이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 동기부여가 있어야만 제대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 머리에 넣기 전에 동기부여가 돼야 힘든 일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거든요.”
강의뿐 아니라 시니어 플래너로서 은퇴 후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자 찾아온 이들에게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개인의 강점을 살려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 회장처럼 시니어 강사가 되고 싶어 찾아온 이들에게는 강의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준다. 한국시니어플래너지도사협회를 거쳐간 사람만 어느덧 1200명이다. 강사 외에도 바리스타, 시니어 모델 및 배우를 배출해냈다.
김 회장은 이렇게 자신의 삶을 모색하고 사회 활동을 하는 이들을 ‘액티브 시니어’라고 칭한다. “액티브 시니어란 사회·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는 중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을 말합니다. 올해로 61살을 맞았고 강사이자 시니어 플래너, 그리고 학생인 저 역시 액티브 시니어죠.”
김 회장의 일상은 청년들보다 훨씬 바쁘게 움직인다. 대학교 수업이 없는 방학에는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다.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일 년에 2개의 국가 자격증을 따는 것이 자신과의 약속이다. 평일에 제주대와 한라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 제주도에 세컨드 하우스를 두고 서울과 제주를 오간다. 종강하면 제주도에서 지인들과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 벌써부터 설렌다.
그는 액티브 시니어로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함께 삶의 질을 높이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시니어 플래너로서 도움을 주고, 인정받고, 이후 나를 만났던 사람들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라는 소망이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라이프점프 기사를 읽는 시니어 독자들을 위해서도 응원의 말을 전했다.
“찾아오시는 많은 분들이 도전에 앞서 ‘제가 나이가 많아서’, ‘고등학교까지만 마쳐서’ 등의 말을 심심치 않게 하십니다. 하지만 뭔가 해내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도전 자체를 즐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전하면 삶이 즐겁습니다. ‘나는 다 안다’는 생각도 접어두세요. 자격증이라도 준비해 봅시다. 그러면 미래가 걱정되기보다, 오히려 따 놓은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