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 10개월이 지났는데 법 적용 사업장에서 오히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현행 중대재해법의 처벌 규정을 더 강화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형사정책상 형사처벌 만능주의가 과연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재해법상의 형사처벌 규정을 더 강화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원래는 내년 1월 말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산재 사망 건수가 감소했다는 정부 발표 자료가 그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즉 예방적 효과를 이미 보고 있는 만큼 법 적용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대재해법의 무력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기업 규모별로 법 적용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을 헌법상 평등권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현행 법률 중 기업 규모별로 차별적 규제를 가하는 모든 규정들을 개정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모든 법률들도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은 중대재해법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공공복리에 적합한 법률인지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헌법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를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음에도 산재 사망 건수가 현저히 감소하지 않았다면 이 법은 과도하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위헌 법률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모순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노력보다는 형사처벌을 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당연히 묻지 마식 안전 비용 지출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한편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설령 알더라도 손 놓고 있는 듯하다. 사실 현행 중대재해법에는 중소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의무 사항들이 너무 많다. 감당할 수 없거나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중소기업들에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입법론적으로 볼 때 시행된 지 채 2년이 안 된 법률의 폐지 내지는 전면 개정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년 후에도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면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시급한 것은 당장 3개월 후에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할지를 여야 모두 답한 후 후일을 기약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입법을 주도한 만큼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본다면 대타협점을 찾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조만간 여야가 합심해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것을 최소한 2년간이라도 유예한다는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