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7연속 하한가…'440억 대출' 대구·농협銀 손실 눈덩이

대양금속, 자회사 주식 담보로 잇딴 대출
NH농협, 이미 33억원 이상 담보 손해
대구은행도 3일 하한가 기록시 손실구간
키움증권 미수금 손실은 4000억원 돌파
주가 바닥 치는데 개인 저가매수는 폭발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윤모 씨와 이모 씨가 지난달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린 영풍제지(006740)가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자 해당 주식을 담보로 총 440억 원을 대출해 준 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까지 최소 수십 억 원대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영풍제지 거래의 주요 창구가 된 키움증권(039490) 미수금 손해 금액도 4000억 원을 넘어서게 됐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제지는 이날 장 초반부터 가격제한폭으로 떨어진 뒤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4010원에 거래됐다.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최초 이상 급락 현상을 보인 지난달 18일과 당국의 거래 중단 조치가 풀린 26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째다. 이는 지난 2015년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가장 긴 하한가 행진이다. 영풍제지와 달리 모회사인 대양금속(009190)은 전날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장중 7% 이상 급등했다.


특히 이날 영풍제지의 거래량은 주가가 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에서도 개인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1일(49만 8756주)의 10배가 넘는 수준에 달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영풍제지는 지난해 6월 대양금속에 인수된 직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올 들어서는 하한가 직전까지 8배나 오른 급등주다. 대양금속과 함께 2차전지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올 6월 이후로는 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영풍제지 시세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 4명을 구속시켰다.


영풍제지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최근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도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할 위기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지난 5월 10일 NH농협은행에 영풍제지 주식 166만 6667주(3.59%)를 맡기고 내년 5월까지 연 5.88% 금리로 100억 원을 빌렸다. NH농협은행 입장에서는 주가가 6000원 아래로만 내려가도 손실을 입는데 가격이 벌써 4010원까지 떨어져 33억 원 이상의 담보 가치를 잃은 셈이다. 대양금속이 NH농협은행에 돈을 빌렸던 5월 10일 당시 영풍제지의 주가는 현 시세의 4배가 넘는 1만 7080원이었다.


대양금속은 이후 9월 25일 대구은행에서도 영풍제지 주식 1112만 5000주(23.93%)를 담보로 총 3회에 걸쳐 2026년 만기로 340억 원을 대출했다. 80만 주로는 6.18% 금리로 50억 원을, 832만 5000주로는 5.80% 금리로 200억 원을, 200만 주로는 6.21% 금리로 90억 원을 각각 빌렸다. 대출금액을 주식 수로 나눠 계산하면 80만 주에 대해서는 1주당 6250원, 832만 5000주는 2402원, 200만 주는 4500원씩 담보 가치를 인정받았다. 총 대출금 기준으로는 담보 가치가 1주당 3056원인 만큼 영풍제지가 3일에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질 경우 대구은행도 곧바로 손실 구간에 들어선다. 대출일인 9월 25일 영풍제지 주가는 지금의 10배 이상인 4만 7800원이었다. 대양금속은 6월 골드스퀘어제일차라는 회사에도 200만 주(4.30%)를 대가로 5.95% 이자에 120억 원을 빌렸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자사 계좌가 영풍제지 시세조종에 악용된 키움증권의 미수금 손실 규모도 이미 4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정지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고객 위탁 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현재 미수금 손실금은 4000억 원 정도인데 영풍제지의 하한가 행진이 멈추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감시 시스템 강화, 조직 개편, 전문 인력 확충을 추진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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