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유행에 그칠 것 같았던 마라탕과 탕후루의 인기가 예상을 깨고 시간이 갈수록 시장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매장 간판에 ‘마라’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수가 지난달 100개를 넘어섰다. 마라탕의 단짝, 탕후루 역시 확산세가 무섭다. 탕후루 프랜차이즈 1위 기업인 달콤나라앨리스의 전국 점포 수는 연내 45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창업 시장에서는 이미 ‘편의점 상권’ ‘스타벅스 상권’처럼 ‘마라탕 상권’ ‘탕후루 상권’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중국에서 유래한 음식이 한국에 상륙한 후 여러 변주를 거친 끝에 번화가는 물론 주택가 골목까지 파고들고 있다.
마라탕과 탕후루의 인기는 10대들이 견인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마라탕의 매운맛과 탕후루의 단맛을 놀이처럼 즐긴다. 심지어 10대들은 두 음식의 이름을 합쳐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문제는 마라탕후루의 맛이 단순히 맵고 짠 게 아니라 실제로는 ‘통각’에 가깝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통각인 줄 모르고 계속 즐기다가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실려 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한 대학병원 의사의 전언이다. 이에 의료계는 마라탕후루를 청소년 건강 경계 대상으로 지목했다. 정치권에서는 탕후루 프랜차이즈 본사 임원을 지난달 국정감사장에 세웠다. 국감 기간 마라탕 위생 문제를 제기한 의원도 있었다. 이처럼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에 대한 걱정은 어른들의 마땅한 의무다.
하지만 걱정해야 할 건 10대들의 신체 건강 만이 아니다. 이들이 장차 살아갈 나라의 건강 상태가 더 걱정이다. 나라 건강을 해치는 만성질환이 여럿이다. 그중 첫째가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했던 연금개혁이다. 정부는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 소득대체율 같은 숫자가 다 빠진 계획안을 내놓았고, 결국 네 탓 내 탓 싸움만 또 벌어졌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다른 이를 탓할 자격이 없다. 폭탄 돌리기처럼 계속 ‘다음’만 외쳐 왔으니 말이다. 어른들이 당장 자기들만 살겠다며 역삼각형 인구 구조 최하단의 10대들 쪽으로 폭탄을 던진 격이다.
교육 문제도 만성질환이다. 지난달 국감 당시 교육부 장관이 “교육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 완수라는 단어가 불편하다. 교육 개혁이 장관 임기 안에 ‘완수’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에서다. 요즘 같은 초스피드 사회에 백년지대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래도 교육은 사회구성원의 생애 주기와 함께가는 중대 사안이다. 10년·20년·30년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땜질식 처방이 난무한다. 교사의 극단 선택 이후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교권보호법이 등장했고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가 이슈가 되니 의대 증원 확대가 곧장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교육이 부담이라는 지적에는 유명학원 강사들이 바로 수사 대상이 됐다. 물론 모두 필요한 일이지만 인스턴트 대응은 아쉽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교육 하드웨어 개선은 뒷전이다. 입시 제도 개혁을 외치지만 교실 환경은 학력고사 시절과 별 차이 없다. 디지털·AI 인재를 키우겠다는 국가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교실 소프트웨어의 뒤처짐도 마찬가지다.
더 무서운 것은 총선의 계절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눈앞의 표심에만 급급한 자극적 공약이 또 얼마나 많이 쏟아지겠는가. 벌써 논란이 거센 메가시티 이슈만 봐도 그렇다. 여야를 떠나 지역구 중심으로 졸속으로 찬반이 갈라지는 것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일단 발표하고 후행으로 여론을 보는 식이다. 도대체 진중한 접근이 없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마라탕후루 같은 음식을 왜 자꾸 먹냐고. 맵고 짜고 단 맛이 당장은 혓바닥에 착착 붙겠지만 결국 건강을 해친다는 걸 정말 모르겠냐고. 아이들도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겠나. 왜 자꾸 눈앞 이익과 분위기만 보며 결정하냐고. 당장의 민심과 표심은 잡을 수 있겠지만 다음 세대의 미래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걸 모르겠냐고.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운 어른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