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타운 법인 해산…메타버스는 ‘옥석가리기’ 중

싸이월드 메타버스, 서비스 종료 이어 청산 절차
불황에 메타·카카오·컴투스도 관련 사업축소
일각선 "어려워도 DX 잠재력"…AI 적극 도입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의 운영사가 법인을 해산했다. 2021년 말 싸이월드와 한글과컴퓨터가 상호 시너지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세운 지 2년 만이다.




4일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싸이타운은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거쳐 법인을 해산하고 청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청산인을 선임했다. 앞서 7월 메타버스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폐업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싸이타운은 싸이월드의 운영사 싸이월드제트와 한글과컴퓨터의 합작법인이다. 싸이타운이 개발한 동명의 서비스는 지난해 7월 출시, 싸이월드와의 연동성을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미니홈피를 구성하는 이용자 개인공간 ‘미니룸’과 아바타 ‘미니미’를 3차원(3D)으로 구현했고 토론공간 ‘싸이아고라’ 등을 도입하며 커뮤니티 활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메타버스의 인기가 식었고, 싸이타운은 킬러 콘텐츠로 내세운 싸이월드마저 인기가 부진하며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마켓 구글플레이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만회 남짓에 그쳤다. 싸이월드제트는 새로운 메타버스 ‘싸이랜드’의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메타버스 투자 규모는 5억 8670만 달러로 1년 전(20억 달러)보다 70%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조직 리얼리티랩스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최근 외신이 보도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자회사 ‘컴투버스’는 최근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고 카카오 계열사 ‘컬러버스’도 누적 수십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NFT 아이템을 착용한 이프랜드 아바타. 사진 제공=SK텔레콤

국내 메타버스 업계는 이 같은 불황 속에서 일부 대기업들이 신기술과 콘텐츠를 적극 도입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는 옥석가리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열기가 식기는 했지만 디지털전환(DX)이라는 큰 흐름에서 여전히 (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사업자 간 옥석가리기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전 세계 누적 이용자 4억 명을 모은 네이버 ‘제페토’는 이용자가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사진 1장 만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명령어 입력만으로 쉽게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창작 도구를 도입했다. 3분기 제페토 매출은 전 분기보다 10.3% 늘었다. SK텔레콤 ‘이프랜드’는 유료재화와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 이를 통해 사고팔 수 있는 아이템들로 이뤄진 경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인플루언서(창작자) 후원도 가능하다. 뒤늦게 경쟁 서비스를 출시한 이동통신사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지니버스’와 ‘키즈토피아’에 생성형 AI 가상캐릭터(NPC) 등을 도입하며 서비스를 고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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