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커튼콜] '오페라의 유령'에서 '스쿨오브 락'까지…거장은 장르를 가리지 않지

2024년 1월 '스쿨오브락' 한국 상륙
거장 앤드루로이드웨버 작품 연이어 한국 개막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오페라의유령 등
웨버 팬들에게 값진 한 해 기대


비싼 돈을 내고 공연장에 갔는데 앞 사람 키가 너무 커 두 시간 넘게 고개만 기웃거리다 온 적 있나요? 배우의 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숨소리까지 여운이 남아 같은 돈을 내고 본 공연을 또 본 적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만 간직하느라 답답한 적은 없나요? 세상의 모든 공연 덕후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 위해 기자가 나섰습니다. 무대 위 출연진에게 박수가 쏟아지는 그 어떤 곳이라도, ‘어쩌다 커튼콜’과 함께하세요.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무조건 알고 있는 노래가 있습니다. 후렴구의 ‘뤠베~카, 지금 어디에~’가 압도적인 뮤지컬 ‘레베카’의 ‘레베카’라든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삽입곡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러한 곡들이죠. 뮤지컬은 ‘뮤직(music)’이 극의 전개를 이끄는 공연입니다. 그래서 작곡가와 작사가의 역량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대사보다 아무래도 ‘노래’를 기억하니까요. 그렇다면 올해 대한민국 뮤지컬 팬들은 ‘성덕’이 된 게 아닐까 싶네요. 바로 이 사람의 혼이 깃든 명작 뮤지컬이 연이어 우리나라에서 막을 올렸으니까요.


2024년 1월, ‘또 웨버’ 신화는 계속된다


뮤지컬 ‘스쿨오브락’ 공연사진. 사진제공=클립서비스


2024년 1월,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오리지널이 한국에 상륙합니다. 브로드웨이를 뒤흔든 블록버스터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내년 월드투어를 시작하는데요. 첫 번째 투어 장소로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뮤지컬 팬들에게 2023년은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올해 초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캣츠’가 막을 올렸고,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 서울,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해제 되자마자 수많은 대형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 막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작이 무려 세 편이나 공연을 했습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데, 또 ‘웨버’가 온다니…뮤지컬 팬들로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스쿨 오브 락은 2015년 뉴욕에서 처음 막을 올렸는데요.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뮤지컬계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새로운 작품으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뮤지컬의 줄거리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삼류 밴드에서 쫓겨난 열정 로커 듀이가 초등학생과 스쿨 밴드를 결성에 밴드 경연에 나간다는 내용이죠. 하버드만 바라보는 초등학생들이 권위에 저항하며 ‘록’이라는 음악으로 맞서는 모습. ‘클리셰’이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 뮤지컬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높은 완성도 때문이겠죠. 식상한 줄거리는 ‘웨버표’ 음악 때문에 그 어떤 작품보다도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뮤지컬은 역시 음악, 음악이 핵심이라는 걸 알려주는 대표적인 작품이죠. 가장 유명한 곡인 ‘권력자에게 맞서라(Stick it to the man)’을 듣고 있으면 과연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의 명곡을 만든 그 사람이 제작한 작품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죠. 웨버는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로 음악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행복을 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종교부터 판타지까지…장르 초월 뮤지컬 만드는 ‘미다스의 손’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공연사진. 사진제공=클립서비스


사실 ‘스쿨 오 브락’은 웨버가 이룬 수많은 음악 업적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웨버는 세계 뮤지컬 역사의 한 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명곡을 남겼거든요.


웨버는 1948년 영국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연극 배우였던 친척의 영향으로 ‘마이 페어 레이디’와 같은 공연을 보며 뮤지컬을 알게 됐다고 해요. 그는 여러 곡을 작곡하다 22세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제작하면서 스타덤에 오릅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제목만 들으면 자칫 경건한 분위기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락 뮤지컬’입니다. 저는 이 뮤지컬에서 ‘마음 속의 천국(Heaven on minds)’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이 곡은 뮤지컬 사상 가장 어려운 곡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저는 배우 최재림이 유다 연기를 했을 당시 이 공연을 봤는데요 ‘지저스 이건 정말 말도 안돼, 난 결코 당신 뜻 이해 못해~’라며 후렴구부터 극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기립 박수를 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실제로 이 공연의 넘버가 담긴 앨범은 미국에서만 150만 장이 팔려나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뮤지컬계의 ‘거장’으로 만들어 준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이 사실에 반박할 사람은 아마 없겠죠. 그 전에 ‘캣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웨버는 이 작품에서 무명배우로 일하던 배우 사라 브라이트먼과 만나 결혼합니다. 누군가 떠오르지 않나요? 네, 맞아요. ‘오페라의 유령’ 속 주인공 크리스틴이죠. 웨버는 부인 사라 브라이트먼을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마치 오페라의 유령 속 유령이 크리스틴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의 천사!’를 외쳤던 것처럼 말이죠. 사라 브라이트먼은 ‘오페라의 유령’을 계기로 대중 가수로 성공합니다.


그래서 ‘오페라의 유령’에서 웨버가 작곡한 곡 중 제가 뽑은 최고의 명곡은 단연 ‘생각해봐요(Think of Me)’입니다. ‘생각해~ 생각해봐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부르는 크리스틴의 모습은 꽃과 같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을 10년 전에 보든, 지금 보든, 혹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보든 관계 없습니다. 어떤 배우든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연잎 속에서 피어난 공주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워집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이렇게 꽃처럼 아름다운 곡을 선물하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나 낭만적이지 않나요.



웨버를 가장 잘 소화한 한국 배우, 내맘대로 Best 3

세계 여러 나라의 배우들이 앞다퉈 웨버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우리나라 배우 중 웨버의 곡을 가장 잘 소화해낸 배우는 누구일까요. 각자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제맘대로 베스트 3를 뽑아 봤습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캣츠의 ‘메모리(Memory)’를 부른 배우 옥주현입니다. 지난 2019년 옥주현은 이 곡을 부르는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이 영상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메모리 커버 영상’입니다. 수많은 제작사가 공식 커버곡을 부를 배우를 전세계적으로 물색했는데 그 결과 옥주현이 선정된 거죠. 그 말인 즉슨, 캣츠의 공식 커버 송은 전세계 언어 중 유일하게 한국어 버전만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배우 김소현이 부르는 ‘오페라의 유령’의 ‘생각해봐요’ 입니다. 이 작품은 김소현의 데뷔작입니다. 그리고 김소현은 우리나라 ‘오페라의 유령’의 첫 번째 크리스틴이기도 합니다. 성악을 전공한 김소현은 2001년 유학 준비 중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을 봤다고 해요. 그런데 성악 유학 준비를 하느라 어마어마한 성량과 기교를 가진 김소현 배우를 보고 뮤지컬 제작사는 한 눈에 반하게 됩니다. 김소현은 정말 아름다운 배우입니다. 크리스틴의 ‘생각해봐요’를 그토록 힘차고 사랑스럽게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웃으면서 ‘생각해~ 생각해봐요’라고 말하는 김소현의 표정을 보면 사실은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먼이 아니라 김소현을 보고 만든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think of me’를 부르는 김소현. 사진=유튜브 캡쳐


세 번째는 ‘전설’로 꼽히는 배우 마이클 리의 ‘겟세마네(Gethsemane)’입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넘버들은 소화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죠. 그 중에서도 ‘겟세마네’는 예수의 고뇌를 샤우팅으로써 절절히 녹여내 관객들로 하여금 입을 떡 벌리게 합니다. 여러 배우가 각자의 스타일로 이 넘버를 소화했지만, 마이클 리가 부르는 높은 고음은 한 번 들어서는 절대 잊히지 않습니다. 일찍이 예수뿐 아니라 유다 역 또한 소화한 적이 있어서일까요. “왜 죽나요, 내가 왜”를 외치면서 절규하는 예수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그를 위해 무릎이라도 꿇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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