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자주포·장갑차 ‘뭐가 다를까’…직사화기‘K2’·곡사화기‘K9’·정찰전투‘K21’[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임무·목적에 맞게 설계된 별개 무기체계
최전선에서 적 직접 조준사격 하는 ‘전차’
‘자주포’ 궤도차량에 설치해 혼자 움직여
적 기지 정찰하고 병력 운반하는 ‘장갑차’

사진 제공=국방일보

최근 하마스의 기습을 받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세가 강해지면서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전장의 모습에서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가 자주 등장한다. 현대전에서 지상군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무기 체계로 외형적인 모습을 보면 언뜻 비슷하지만, 임무와 목적, 운영 측면에 맞게 설계된 별개의 무기 체계다. 포탄 속도, 정확도 등은 얼마나 차이가 나고, 어떻게 구분할까?


강력한 포를 가진 전차는 적 기갑세력과의 직접적인 전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쟁이 반발하면 가장 먼저 앞으로 나가 적의 전차를 파괴하고 방어선의 장애물을 돌파한다. 이를 통해 뒤따르는 장갑차와 자주대공포의 기동을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 주 임무다. ‘지상전의 왕자’로 불리는 이유다.


우선 전차라는 용어에 앞서 사용된 것이 ‘탱크’(Tank)라는 개념이다. 탱크는 전쟁터에서 적의 탄이나 파편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차체를 가지고 있는 모든 전투차량을 말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탱크’는 전차를 의미한다. 탱크의 이름은 영국군에서 유래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신형 무기나 물을 실어 나르는 운반차량(Water Tank)이라고 불렸다. 이를 줄여서 탱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즉 탱크는 전차를 의미한다.



탱크, 물 나르는 운반차량(Water Tank)


전차는 또 다른 의무에서도 그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국 개발에 나서는 경쟁이 붙었다. 1차 대전 당시 전투는 참호를 파고 철조망을 친 후 요새화된 방어선을 구축해 적 보병이 몰려오면 기관총으로 제압하는 형태였다. 아무리 많은 보병들을 적 참호로 돌격시켜도 참호에 들어 앉아 기관총을 쏘는 적에게 전멸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적 기관총이나 보병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탑재한 전투차량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전차 ‘Mark 1’은 1916년 프랑스 솜므전투에 투입돼 적진지를 무력화시키는 등 연합군의 승리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유명세를 떨쳤다.



사진=방위사업청

자주포는 이름 그대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自主)’ 대포다. 후방 지역에서 포 사격을 통해 아군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기존의 야포에서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대포, 야포라 부르는 무기는 사정거리가 길고 큰 파괴력을 갖는 강력한 포탄을 사용한다. 단점이라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고, 차량이 끌어줘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2차 대전 초기까지는 트럭 등이 부족해 말이 포를 끄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다만 신속함이 요구되는 전쟁터에서 차로 야포를 끌고 다니다가 병사들이 내려서 사격할 준비를 하고 탄약을 장전하고 또 사격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너무 길다는 단점 때문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를 끌고 다닐 필요 없이 궤도차량에 설치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자주포 개념이다.


전차보다 높은 차체, 높은 포탑 그리고 엄청 긴 포신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자주포의 경우 155mm(서구권제) 곡사포를 장착하고 있다. 동구권제의 경우 152mm곡사포를 장착한다. 포탑의 경우 차체 중앙에 위치하지 않고 반동 흡수 및 주포길이때문에 포탑이 차체 후방으로 밀려나있는 형태다.



자료: 방위사업청

이처럼 전차와 자주포는 분명한 차이점 이있다. 전차는 이동식의 근·원거리형이라면 자주포는 고정식의 장사거리형이다. 발사 시 고정형으로 일정 위치에 자리를 잡고 포신을 조정해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이다. 또 전차는 포탄을 내부에 싣고 다니지만 자주포는 별도의 탄약차량이 따라다닌다.


외형적인 모습을 먼저 본다면, 두 장비는 제원상으로 보아도 언뜻 비슷하다. 그러나 전차는 자주포보다 차체가 상대적으로 낮고 포탑은 작게 설계·제작됐다. 이는 전차의 민첩성·생존성과 관련이 있다. 의 관측 여지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차, 자주포보다 차체 낮고 포탑 작게 설계


우리 명품 전차 K2 흑표 전차의 경우 유기압 현수장치로 필요에 따라 차체 높이와 기울기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차는 또 무한궤도 양옆에 자주포에는 없는 스커트(skirt)를 장착해 궤도와 현수장치를 보호한다.


외형적으로 차량을 보호하는 장갑의 재질과 두께도 구별하는 요소가 된다. 전차는 적 전차나 대전차 화기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차체의 전면·측면·후면이 두꺼운 장갑판재로 둘러싼다. 반면 자주포는 적진을 돌파하는 전투가 아닌 후방에서의 화력지원이 주목적이다. 적 포탄이 폭발할 때의 파편이나 소화기탄 정도로부터 보호받는 수준의 방호력을 갖추고 있다.


자주포에는 있지만 전차에는 없는 것도 있다. 비사격시에는 포신을 고정해주는 포신잠금장치가 차체 앞 부분에, 뒷쪽에는 큰 문이 있다. 이 문은 승무원의 출입 뿐만 아니라 포탄의 적재를 위해 이용된다. 이 때문에 자주포의 엔진 등 동력장치는 차체 앞쪽에, 전차는 뒷쪽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자주포는 엔진 배기가스를 측면으로 전차는 뒤로 배출한다.



자료: 방위사업청

전차 포탄 중 하나인 날개안정철갑탄은 현존 총포류의 탄약 중 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최전선에서 적을 직접 조준사격을 하는 전차는 가능한 한 빠르고 강력하고, 정확하게 적을 파괴 또는 무력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탄이 발사될 때 약실과 포강 내에서 발생하는 추진압력을 포신 끝까지 최대한으로 받는 것도 중요하다. K2 등 주요 주력전차(MBT)들이 직사포이면서 강선포가 아닌 활강포를 쓰는 이유다. 또 사격 충격력을 저감시키는 장치로서 자주포의 포신 끝에 위치하는 제퇴기(Muzzle Brake)가 없는 까닭은 이 같은 이유다.


다시 얘기하면 곡사화기인 K9의 포구속도는 920m/s 정도지만, K2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그에 2배가 되는 1800m/s 안팎에 달한다. 구경 120mm의 전차포로 낼 수 있는 최대 포구속도는 약 2000m/s이다.



전차는 직접조준사격·자주포는 간접사격


특히 전차는 비교적 근거리에서 위협이 되는 적 전차나 견고한 진지를 ‘초탄명중’으로 파괴시켜야 하기에 정확도를 높여주는 장치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고도로 정밀한 광학조준경과 야시장비, 그리고 적 표적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거리측정기 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전차가 움직여도 포는 계속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도록 하는 안정화 장치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반해 곡사포를 채용하는 자주포는 간접사격 방식을 쓴다. 가시선 밖의 원거리에 위치한 표적에 대해 별도의 관측과 유도 수단으로 조준한 후 다량의 포탄을 날려 보내 지역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기본 고폭탄 외에 사거리를 연장하는 장치를 추가하거나 다탄두화하는 등 멀리서 넓게 파괴하고 무력화 효과를 주는 다양한 탄약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전차와는 명중의 개념과 다른 이유다.


전차와 자주포는 이 같은 직접조준사격, 간접사격의 차이로 포신의 발사각 범위도 차이를 보인다. 자주포의 경우 고저각이 -3~+75˚인 반면 전차는 -6~+19˚정도다. 물론 K2의 경우 유기압 현수장치를 통해 6개의 보기륜 중 뒷부분의 것을 낮추면 차체 앞부분이 올라가므로 포신의 각을 더 상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실시한 ‘2023 호국훈련’의 하나로 실시한 ‘대규모 기계화부대 기동훈련’에 참가한 3기갑여단 소속‘K21 보병전투차량’이 강습도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전차와 자주포하고 유사하지만 또 다른 무기 체계가 장갑차다. 적 기지를 정찰하거나 병력을 운반하도록 개발됐다. ‘장갑(강철판)’을 두른 차량’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에선 병력 수송과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병력 수송 장갑차’를 장갑차라고 한다. 장갑차에 기관포 등 무기를 장착한 것은 ‘보병 전투차’다. 외형은 전차와 비슷하나 용도가 다르고 가벼운 편이다.


전차와 장갑차는 적진을 뚫고 들어가 적과 가장 가까이에서 싸운다. 포와 기관총으로 적의 강력한 방어거점이나 보병, 상대 전차를 공격한다. 공격과 동시에 방어도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적의 전차포탄을 막아낼 수 있는 두터운 장갑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무게가 50톤이 넘는다. 이동 및 전투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인 3~4명이 탑승하며 근접전을 상정해 설계 제작돼 직사 위주의 사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위력에도 전차도 혼자 전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전차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숨어있는 대전차포나 대전차 무기를 들고 있는 보병을 발견하고 아군 보호 및 적 공격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보병들이 따라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보병들이 뛰어서 전차를 따라다니기엔 한계가 있다.



전차, 시야 좁고 숨어있는 대전차포에 약점


이에 따라 전차를 따라다니면서도 적의 기관총탄으로부터 보병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튼튼한 장갑을 두른 차량이 등장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장갑차다. 장갑차는 빠른 속도로 전장을 돌아다니며 총탄이나 파편으로부터 보병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이동시켜준다. 또 정찰 혹은 아군 보병에 대한 화력 지원의 임무도 수행한다. 장갑차는 용도에 따라 인원수송 장갑차(APC), 보병 전투 장갑차(IFV) 및 다목적 지원 궤도 장갑차 등으로 분류된다.


한국군의 주력 장갑차는 K21을 도입하기전까지는 K200이었다. 그러나 화력과 방호력, 기동력과 전차와의 합동작전에 적합하지 안아 제작한 것이 바로 K21 보병전투장갑차다. K21 보병전투장갑차는 보병 탑승전투가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장갑차로, 40mm 포의 강력한 화력 및 우수한 야지 기동력과 더불어 수상운행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차량간 정보체계 및 지상전술 C4I 체계와 연동으로 네트워크 기반의 다차원 통합전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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