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불 나면 12시간 진압' 울산소방본부, 공유 배관으로 대응한다

인근 사업장 공업용수를 공유배관으로 연결해 화재 현장에 공급

울산소방본부가 최근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롯데케미칼에서 인근 한화임펙트로부터 끌어 온 공업용수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울산소방본부

석유화학공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화·장기화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장기간 화재 진압 시 개별 사업장이 보유한 소방용수가 고갈될 우려가 있다. 실제 지난 1월 효성태앤씨와 5월 에쓰오일에서 발생한 두 차례 화재 진압에 각각 12시간, 15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근 사업장 공업용수를 공유배관으로 연결해 화재 현장에 공급하는 ‘소방용수 공유배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소방용수 공유배관은 울산소방본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설치하고 있는 시설물이다.


소방본부와 석유화학공단이 민·관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석유화학공단 전역에 총 23곳의 공유배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는 약 21억 원이다. 사업기간은 올해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2년 간으로 현재까지 9곳에 설치가 완료됐다.


울산소방본부는 사업 구간 중 일부 완료된 곳에서 방수훈련을 진행해 성능을 확인했다. 지난 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 공단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1공장에서 석유류 280만ℓ가 저장된 위험물 탱크가 폭발하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상황을 연출했다. 분당 6000ℓ를 방수하는 고성능 화학차가 두 대나 출동했지만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오랜 시간 방수하다 보니 소방용수가 고갈된다.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 맞은편에 있는 한화임펙트 공장에서부터 도로를 가로질러 지름 15㎝짜리 배관을 연결한다. 한화임펙트가 보유한 소방용수를 끌어와 재개한 방수작업 끝에 이윽고 불이 꺼진다. 훈련 상황이었지만, 공유배관의 효과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소방은 공유배관 설치를 통해 소방용수를 중단 없이 공급해, 공단 내 사업체와 시민 안전을 지키고 화재에 총력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순 울산소방본부장은 “대형화·장기화하는 재난에 대비해 다량의 소방용수 확보를 위해 소방용수 공유배관을 설치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석유화학공단 안전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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