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뜨자…'팔라듐ETF' 날개없는 추락

‘KBSTAR 팔라듐선물(H)’ 연초이후 -39.37%
3대 귀금속이지만 85%가 자동차 촉매제로 사용
전기차 전환 속도 붙으며 수요 하락세 지속
BofA “팔라듐, 에너지전환 첫 희생양 가능성”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은과 함께 ‘3대 귀금속’으로 꼽히는 팔라듐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팔라듐 물량 대부분이 자동차 촉매제로 활용되는데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면서 수요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로 바뀌면서 팔라듐이 첫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팔라듐. 로이터연합뉴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1일까지 ‘KBSTAR 팔라듐선물(H)’는 39.37% 하락해 전체 ETF(인버스·레버리지 포함)를 통틀어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이 ETF는 1개월(-8.42%), 3개월(-10.14%), 6개월(-24.56%) 등 모든 기간 수익률 구간에서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팔라듐은 구리 원석에 포함된 희귀금속이다. 백색금 형태로 고급 장신구에 사용돼 금·은과 함께 3대 귀금속으로 꼽힌다. 귀금속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지금처럼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투자 수요가 몰린다. 실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달 4월부터 10월 말까지 ‘KODEX 골드선물(H)’와 ‘KODEX 은선물(H)’ ETF의 가격은 각각 8.61%, 7.21% 뛰었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원자재값 재급등으로 인한 고물가 압박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안전자산 선호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팔라듐만이 유독 힘을 못 쓰는 건 귀금속보다는 산업 금속으로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탓이다. 팔라듐은 화학 반응을 돕는 촉매로서 역할이 뛰어나 현재 전 세계 물량의 85%가 내연 기관차에 있는 매연저감장치에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 때 금보다도 비싸게 거래되기도 했으나 내연기관차 생산량이 감소하며 지난해 5월 이후 가격이 줄곧 하락세를 걷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팔라듐 가격이 당분간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팔라듐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팔라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팔라듐은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에너지 전환의 첫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내년 팔라듐 가격 전망을 기존의 온스당 1632달러에서 1100달러로 낮췄다. 맥쿼리 역시 자동차 제조사에서 팔라듐 수요가 급감해 2027년 팔라듐 가격은 1150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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