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파산 신청이 임박했다. 3일(현지 시간) 위워크 주가는 84센트로 거래를 마쳤다. 2021년 상장한 후 시초가 대비 99.8%가 떨어졌다. 채권단과 단기 채권 이자 지급과 관련해 마지막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에 앞서 이미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시장에서는 위워크의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약 63조 원)에 달했던 기업의 결말로 볼 때 씁쓸한 부분이다.
앞서 이미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산발적으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곳이 넘었던 위워크 지점들이 속속 문을 닫기 시작해 이제 7곳에 불과하다. 특히 가장 큰 전조로 나타난 곳은 샌프란시스코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스트리트 430번지. 18만 제곱피트(약 1만 6700㎡)에 달하는 20층짜리 건물은 위워크가 건물을 통째로 빌려 쓰며 많은 스타트업의 역사가 쓰인 곳이다. 하지만 지난달 위워크는 건물주로부터 2억 5000만 달러(약 34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 반환 청구 소송을 당했다.
실제로 밀린 것은 한 달 치 임대료지만 반환해야 할 임대료가 수천억 원대로 늘어난 것은 위워크의 ‘건물주 친화적인’ 계약 조건과 관련이 깊다. 2018년 위워크는 임대 계약을 하면서 계약 만료 기간을 2036년 말로 잡으며 모든 렌트와 일체의 비용을 지급한다는 후한 계약 조건을 내밀었다. 부동산 계약은 장기로 묶일수록 리스크가 커지지만 위워크는 호황기에나 가능한 전략을 전 세계 777곳에 달하는 지점에 쓴 게 화근이었다.
당시 애덤 노이만 위워크 창업자의 목표는 한 가지였다. 가장 입지가 좋은 위치에 위워크를 입주시켜 누구라도 위워크에 들어오지 않고는 못 버티게 하겠다는 것. 그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오늘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내일은 중국 상하이의 마천루에 위워크가 들어서게 하겠다’는 전략을 시종일관 내세웠다. 이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금과옥조로 삼게 될 ‘현금을 태워 빠르게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뉴먼 창업자 홀로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이를 뒷받침해준 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비전펀드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면서도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그룹이 위워크를 포기하지 못한 것은 이미 투입된 돈을 고려할 때 어떻게든 ‘엑시트’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도 목표는 있었다. 1호 출범한 비전펀드의 성공을 위해 포트폴리오 중 간판 성공작이 필요했다. 결국 손 회장과 비전펀드는 위워크에 106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입했다.
이후 팬데믹으로 기업들의 근무 패턴이 바뀌었고 지난해 전체 업계를 휩쓴 경기 침체기를 거치면서 위워크가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부동산 비용 등이 덩치가 커졌다. 금리 인상도 큰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대규모로 빌려둔 사무실을 채울 입주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문제였을 뿐 언제든 파산 수순을 밟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게 그 이유다.
위워크의 실패를 공유 경제의 몰락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위워크는 다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벤처캐피털(VC)의 자금 회수에 대한 욕망을 잘 이용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물불 가리지 않고 덩치를 키웠다는 데 문제의 첫 단추가 있다. VC 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스타트업에 우선적인 자원을 투입하는 ‘트리아지(triage)’ 전략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1800년대 프랑스 나폴레옹 제국친위대 소속 외과의였던 도미니크장 라레는 의료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부상자가 있을 때 부상의 심각성과 생존 가능성에 따라 의료 자원 배분을 결정했다. 전략의 핵심은 ‘치료 가능성’에 집중됐다. 어떤 치료를 받든 생존 가능성이 높은 환자, 어떤 치료를 받든 생존 가능성이 낮은 환자는 구호의 가능성이 갈렸다.
스타트업 자금 수혈이라는 관점에서 VC들도 철저히 트리아지를 따른다. 생존 가능성을 보고 더 잘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자금과 지원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한 실리콘밸리 VC는 “VC들은 철저히 트리아지를 따르는데 잘될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자금과 리소스를 몰아준다”며 “이 같은 우선순위가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절대 이미 투자한 금액이 트리아지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결국 창업자만의 잘못도 아니고 VC가 이에 호응하면서 상장 이전에 끝날 수 있었던 피해를 최대로 끌고 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피해는 더 많은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확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