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증시에서 투자 자금이 최근 8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부동산 위기가 악화할 경우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 내외로 둔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가운데 JP모건·핌코 등 대형 투자업체들 역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방법을 재정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 시간) “중국 주식이 세계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2015년 이후 가장 빠르게 (중국 증시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며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경제 재개방에 따른 효과를 상쇄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와 서방과의 갈등 상황 지속 역시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월가 대형 금융투자 업체들 역시 중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줄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 조이스 장 글로벌리서치 책임자는 중국이 더 이상 ‘주류 보유국’이 아니라며 “(자금 이탈은) 단지 순환적인 현상이 아니라 많은 투자자에게 구조적인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양책으로 중국이 올해 5% 성장 목표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지만 10년 내 성장률은 3%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스티븐 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증시에) 우리는 더 방어적이고 선택적으로 변했다”며 “벤치마크에 비해 배분 비율을 낮췄다”고 말했다. 장 매니저는 중국 개발업체들 사이에서 “회복 가치를 평가하기 힘들고 부동산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일부 분야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일부는 중국 시장이 현재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도 여전히 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자산운용사 T. 로 프라이스의 저스틴 톰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시장의 위기가 오히려 투자 기회를 제공하며 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야에서 우수한 공급망의 품질은 중국이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선택하는 제조 기지로 남을 것을 의미하며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 경쟁력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조지 에프스타토풀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향후 수 년간 중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때 저가형 제조 허브였지만 이제는 배터리와 전기차의 제조 허브”라며 “기회는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