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보, 부실 관련자 '은닉 가상자산' 첫 현금화

가상자산 집중 추적·압류 성과
'빼돌린 재산' 회수에 속도낼듯

연합뉴스.

예금보험공사가 압류한 부실 관련자의 가상자산을 최근 현금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 등 공공기관이 부실 관련자, 체납자 등에게서 압류한 가상자산을 실제로 현금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보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가상자산거래소 등으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숨긴 공적 자금 회수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달 말 부실 관련자의 가상자산 약 100만 원어치를 매각해 현금화하는 데 성공했다. 부실 관련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회사 부실을 초래한 자로, 예보는 이들이 은닉한 재산을 추적해 회수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때 예보는 부실 관련자의 은닉 재산 일부가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집중 추적해온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예보는 올해 상반기에 부실 관련자 2714명의 최근 5년 치 은행 거래 이력을 살피면서 그중 62명이 가상자산거래소와 거래한 내역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후 예보는 신속한 채권 보전 조치를 위해 압류가 가능한 42명의 가상자산을 압류했다.



이번 예보의 가상자산 현금화는 회수 대상자에 오른 1명에 대해서만 우선 진행됐다. 예보는 법원에 압류된 가상자산에 대한 특별현금화 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 신청을 인용하면서 예보는 압류한 부실 관련자의 가상자산을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국세청이나 지방자치단체·경찰청 등이 세금·과태료 고액 체납자에 대해 가상자산을 압류한 적은 있지만 압류에 그치지 않고 압류한 가상자산을 팔아 실제 원화로 회수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향후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압류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예보 관계자는 “이번 회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매각해 이뤄진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예보는 부실 관련자의 가상자산 조사 등을 통한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예보가 업비트·빗썸 등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료 제공 요구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부실 관련자가 은닉한 가상자산을 적시에 추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A 거래소와 연결된 은행의 B 계좌가 있다고 가정하면 예보가 예보법상 자료 제공 요구권을 활용해 추적할 수 있는 것은 B 계좌의 입출금 내역에 그치기 때문이다. 부실 관련자가 B 계좌를 통해 A 거래소로 100만 원을 입금한 뒤 500만 원을 출금한 내역만 남아 있다면 가상자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추정만 가능할 뿐 실제로 돈을 벌었는지, 출금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가상자산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예보는 한 저축은행 파산에 책임이 있는 부실 관련자가 3년여간 90차례에 걸쳐 약 16억 원을 가상자산거래소로 입금한 내역을 파악하고 올해 3월 거래소를 대상으로 압류를 진행했지만 발견한 가상자산은 이미 소량에 그쳤을뿐더러 국세청이 이미 압류를 진행해 회수 실익이 미미한 적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료 제공 요구권이 있다면 이 경우 적시에 계좌 잔액을 조사해 회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재훈 예보 사장은 3월 초 기자 간담회에서 “부실 관련자의 가상자산도 추적·회수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은닉 가상자산 회수에 대한 의지를 적극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예보의 자료 제공 요구 대상 기관에 가상자산사업자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예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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